김기현 의원은 가장 적극적으로 비대위 전환과 임시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기간을 최소화하고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이준석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당을 이끌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집권 여당이 대통령 임기 초반에 비대위를 구성하는 자체가 어이없는 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인 만큼 조기에 해소해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유력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사안에 거리를 두고 있다. 최고위원들의 줄사퇴가 본격화한 지난달 30일 안 의원은 여름휴가를 내고 딸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전 안 의원은 여러 차례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직무대행체제로 가야 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입장차에는 당권을 겨냥한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안 의원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김 의원으로선 부족한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기가 필요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임시 전당대회로 선출되는 당 대표를 김 의원이 맡아 내년 6월까지 당을 이끌면 주목을 받아 임기 2년의 정식 당 대표에 선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당 조직력이 약해 임시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는 안 의원은 비대위 전환 등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비대위 전환이 이 대표의 퇴진을 의미하는 만큼 이 대표를 지지하는 20·30대 당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임시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는 것이 차기 당권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친윤(친윤석열)계의 당권 도전 움직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비대위원장을 끝까지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대표적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제원 의원도 조만간 누구와 손잡을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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