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는 3일 정례회의를 열고 9월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증산량에 비하면 소규모다. OPEC+는 7~8월에 하루 64만8000배럴씩 증산했다. 5~6월 증산량은 하루 43만2000배럴이었다. 시장에서는 9월 증산량이 OPEC+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적다고 평가했다. 하루 10만 배럴은 세계 수요량의 0.1% 수준이다.
OPEC+에 증산을 요구해온 미국 등 서방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유 공급 확대를 통한 유가 하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트리엇 미사일 같은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OPEC+는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 제한, 원유 수요 감소 전망, 구성원 중 하나인 러시아의 입장 등을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OPEC+는 지난 5월 목표치 대비 하루 300만 배럴 적게 생산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현재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원유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설 유인도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OPEC+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의 경기 침체, 중국의 봉쇄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에 따른 손실을 원유 수출로 만회하겠다는 생각이어서 유가가 높게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하락하며 침공 전 가격에 근접해가고 있다. 2일 브렌트유 선물(10월물 기준)은 전 장보다 51센트 오른 배럴당 100.54달러로 마감했다. OPEC+의 정례회의 결과가 공개된 직후에는 전 장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손바뀜했다.
OPEC+는 성명에서 “이번 정례회의에서는 석유산업 투자 축소가 생산 능력을 감소시켰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언급했다. OPEC+의 다음 정례회의는 다음달 5일 열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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