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승장을 주도했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들이 급등하고 있다. 2분기 실적이 우려보다 선방한 데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도 일부 완화됐기 때문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급락했던 성장주들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불기둥 쏜 ‘카카오 3형제’
4일 카카오는 7.5% 오른 8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페이(14.95%), 카카오뱅크(4.78%) 강세를 보였다. 게임 업종에선 위메이드(25.25%)와 컴투스홀딩스(15.52%)가 급등했다. 바이오는 HLB(5.55%), 알테오젠(7.32%)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업체들이 상승을 주도했다.TIGER KRX인터넷K-뉴딜(5.72%), KBSTAR 게임테마(5.43%),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5.21%) 등 BBIG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강세를 보였다.
상승세를 촉발한 것은 2분기 실적이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4532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 플랫폼주 전반에 온기가 확산됐다. 카카오게임즈도 영업이익(810억원)이 900% 급증하며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위축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플랫폼주 바닥 잡았다”
증권업계는 성장주가 바닥을 잡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성장주의 낙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성장주에 최대 악재로 작용해왔다.김태홍 대표는 “지난 1년간 성장주는 성장률이 조금만 둔화해도 주가가 급락하며 악재를 과도하게 반영했었다”며 “이제는 조금만 실적이 잘 나와도 주가가 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발표 이후 카카오처럼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들이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성장주의 급등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논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빅테크의 반등에 힘입어 지난 6월 저점(10,565)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스태그플레이션만 아니라면 플랫폼주가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목별로 차별화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시장은 막연한 꿈보다는 실적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알파벳, 아마존, 트위터 등은 급등했지만 어닝쇼크를 낸 스냅과 텔라닥은 발표 당일 주가가 각각 39%, 18% 급락했다.
공매도했던 주식을 되사는 ‘숏커버링’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바닥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5조6468억원으로 지난 6월(7조1344억원) 대비 1조4876억원 줄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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