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AA.30813097.1.jpg)
딱딱한 클래식 공연에서 하우스콘서트란 새로운 기획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주인공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8).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그는 “대극장에서 듣는 클래식 연주는 아무리 훌륭한 연주자가 와도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연주자에 대한 물리적 거리를 줄이면 클래식을 대하는 관객들의 심리적 거리도 줄일 수 있겠다고 보고 하우스콘서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AA.30813131.1.jpg)
“2006년 고(故)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와 김선욱 피아니스트 공연에 관객 187명이 온 적이 있습니다. 권혁주 씨가 고개를 흔들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느라 땀방울이 떨어졌는데, 앞에 앉은 관객이 그 땀을 맞으면서 연주를 들을 정도로 자리가 비좁았죠. 덥고 불편한 공연장이었는데도 연주자와 관객 모두 음악에 몰두하던 당시 분위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AA.30824243.1.jpg)
하우스콘서트의 티켓 가격은 단 3만원. 원래 2만원에서 장고 끝에 올린 가격이다. 연주자들의 명성에 비해 턱없이 저렴하다. 해마다 1억원 넘게 적자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지만 부족한 예산의 대부분은 박 대표의 사재로 충당한다. 그동안 박 대표는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연희동 자택을 팔고 반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다.
“2016년쯤 파산 위기에 처한 적이 있어요. 그해 아버지와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나며 제게 7억원의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때 ‘7년을 더 버티라고 주신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AA.30824251.1.jpg)
바로 그해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작전’으로 전국 23개 공연장에서 1주일간 100개 공연을 열었다. 그때부터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인 형태의 공연을 연달아 기획했다. 2013년 같은 날, 같은 시각 전국 65개 공연장에서 동시에 공연을 연 ‘원데이 페스티벌’은 이듬해 한국, 중국, 일본의 94개 공연장으로 확대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2018년 7월 한 달간 세계 30여개국에서 진행된 ‘원먼스 페스티벌’은 음악을 중심으로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다. 심지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작은 마을에서까지 공연을 펼쳤다.
매년 7월 작곡가 한 명을 테마로 한 달간 매일 공연하는 ‘줄라이 페스티벌’도 박 대표가 기획한 대표 공연 중 하나다. 2020년 베토벤, 지난해 브람스에 이어 올해의 작곡가는 헝가리의 바르톡이다. 여기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시간 릴레이 연주, 브람스 피아노 및 실내악 전곡 연주 등 파격적인 기획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는 바르톡의 ‘알레그로 바르바로(Allegro Barbaro)’ 한 곡을 7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번씩 연주하는 이색적인 공연을 열기도 했다.
“지방의 한 작은 공연장에서 똑같은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 단체 관람객이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분들이 한 시간 넘는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집중해서 보시더라고요. 하우스콘서트엔 지금도 매주 부여에서 매주 올라오시는 할아버지가 있어요. 이런 분들에게 좋은 공연을 집 가까운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와 더하우스콘서트의 목표입니다.”
“그동안 남들 공연을 만들어주기만 하고 정작 제 공연을 많이 못 했어요. 감각이 더 떨어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작곡과 연주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물론 하우스콘서트에 오면 계속 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