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요.”
4일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통제센터 주변은 긴장감이 흘렀다. 이 건물에 들어가려 하자 회사 관계자들이 안전을 이유로 막아섰다. 5층에 자리 잡은 사장실을 정규직 노조가 불법 점거한 지 95일째다. 노조가 설치한 스피커에서는 노동가요 ‘철의 노동자’가 귀청이 터질 듯 울려 퍼졌다. 통제센터의 정문 건너편 컨테이너에는 ‘차등성과 분쇄’ ‘사장 퇴진’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인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는 지난 5월 2일부터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무단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5월 3일부터는 인천·포항·순천 공장의 노조원들도 공장장실을 점거했다.
하지만 사장실이 점거당하면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은 출근은커녕 현장으로 가지도 못하고 있다. 물리적 충돌을 비롯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통상 1주일에 3~4일은 제철소 현장에서 근무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장이 제철소에 나타나면 노조를 더 자극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비대면으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포항·순천공장장도 임시 사무공간을 마련해 근무하고 있다.
통제센터는 지난해 8월에도 현대제철 협력업체 근로자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에 의해 점거된 바 있다. 당시 일부 정규직 노조는 직고용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통제센터 점거를 비판했다.
노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작년에 실적을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한 만큼 특별공로금을 추가로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도 “단 1원도 깎을 수 없으며 40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급기야 현대제철은 불법 점거로 피해가 커지자 지난 5월 27일 노조 집행부를 비롯해 50여 명을 경찰에 특수주거침입 및 업무방해, 특수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대치 상황은 100일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노조 측에 참고인 조사만 통보했을 뿐 손을 놓고 있다. 공권력 행사로 자칫 노동계와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이 민주노총 등 노조에 끌려다니면서 불법 점거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도 노사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하계휴가로 노사 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며 엄포를 놓고 있다.
하반기에는 회사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6월부터 주력 철강제품 가격이 내림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5538억원, 572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2.9%, 25.8% 줄어드는 수치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경영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노사가 미래 지향적 차원에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진=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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