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가 아시아 주요 쌀 생산국을 덮치면서다. 쌀 가격 상승이 식량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인도를 포함해 아시아 국가에 악천후가 발생하면서 쌀 공급이 위험에 처했다"고 5일 보도했다. 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치솟았을 때도 넉넉한 재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쌀 가격마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시아는 세계 쌀 생산량의 90%를 공급하는 핵심 지역이다. 문제는 인도, 중국, 방글라데시 등 주요 쌀 수출국에서 각기 다른 날씨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가뭄이 덮친 인도에선 강우량이 크게 줄었다. 크리슈나 라오 인도쌀수출협회장은 "올해 모내기가 13% 감소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8%(1000만톤)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반대로 세계 3위 쌀 소비국인 방글라데시는 홍수 피해를 입었다. 베트남도 쌀 수확기에 폭우가 쏟아진 탓에 쌀 작황이 나빠졌다. 메콩강 삼각주 바쿠레스에 거주하는 베트남 농부인 트란 콩 당은 "쌀 수확기에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쌀 소비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극심한 폭염으로 중국 논의 수확량이 감소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의 올해 쌀 수입량이 사상 최대인 600만톤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쌀 작황에 악영향을 주는 날씨 문제로 이번 주 인도와 태국에선 쌀 수출 가격이 이미 소폭 상승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셜리 무스타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전체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당시에도 쌀은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유지했다"면서 "향후 몇 주 내에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쌀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핀 지벨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쌀 수출국들의 생산 감소 가능성으로 쌀값이 오를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의 식량 가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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