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3대 혁신 과제인 노동·연금·교육 개혁 중 가장 큰 난제는 국민적 저항과 세대 간 갈등이 첨예하게 얽힌 국민연금 개혁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 악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연금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이론은 없다. 현재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2050년대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은 시한폭탄이고 199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는 미래 소득 30% 이상을 연금 재정 보전용 세금으로 내야 할 판이다. 연금 부채가 ‘다음 세대가 짊어질 빚’이 되지 않으려면 현 정부는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성공적 연금 개혁 실행은 적어도 세 과제를 안고 있다. 연금 보험료 인상, 기금 운용 체제 혁신, 개혁 추진을 위한 국정 동력 회복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88년 도입 후 9%에 머물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와 G5 선진국 평균 20% 수준 대비 크게 낮다.
지난 10년간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고령화에 따른 연금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시행한 제도 개선 노력과도 배치된다. 지난달 여야가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으로 국민연금제도 개편에 첫발을 뗐지만 갈 길은 멀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가입자 참여와 특히 청년층 동참이 사회적 대타협의 관건이다.
우선 제도 개혁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연금 보험료 인상의 캐치프레이즈를 기존의 ‘더 내고 덜 받자’에서 ‘더 내고 더(많이 또는 오래) 받자’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접근한다면 가입자 반발을 줄일 소지가 크다. 보험료를 OECD 평균에 수렴하도록 점진적으로 인상하되 수급액도 현 시스템보다는 더 받을 수 있도록 노후 보장성 강화 내용을 담아 연금 개혁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기금 운용 혁신은 연금 개혁 성공의 촉매제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현재 935조원에서 곧 1000조원 시대를 맞는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을 높이면 기금 고갈 시기가 늦춰져 보험료 인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평균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소진 시기를 대략 5년 늦추고 2%포인트 이상 높이면 고갈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구조인 만큼, 수익률 개선은 연금 재정 지속성 제고의 핵심 과제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기금 운용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지난 10년간 세계 연기금 중 가장 높은 연평균 10.8% 수익률을 기록한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재정 추계 기준 5%대 수익률을 예상하는 국민연금 수익성을 CPPIB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면 거의 보험료 인상 없이 기금 고갈을 막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올해 5월 말 현재 기금 수익률은 -4.7%에 손실액이 43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이 예상되면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금 경쟁력 강화는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채권 투자 수익률이 역대 최악 상황을 맞은 현 국제금융시장 여건하에서 더 절실하다. 기금 운용 시스템 혁신은 첨예한 이해충돌이 불가피한 제도 개혁에 비해 훨씬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도 있다.
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 치밀한 전략과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다. 가입자인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돕도록 개혁 프로그램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적극적인 공론화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집권 3개월’ 만의 대통령 지지율 추락에 표출된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정 쇄신을 서둘러 개혁 정책 추동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절실한 지금 연금개혁을 비롯한 3대 개혁의 차질 없는 실행은 미래 한국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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