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8일 14: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국민 셋 중 한 명은 연금 개혁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수익률 끌어 올리기"라고 답했다.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식과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중점과제였던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급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32.4%가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한 연금개혁 방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를 꼽았다. '보험료율 인상'은 9.6%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가장 충실히 수행해야 할 활동으로도 응답자 36.2%가 ‘순수 투자자로서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를 가장 우선순위에 뒀다. 반면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문항 중 가장 낮은 7.7%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잇딴 대외변수가 겹치며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지난 5월말까지 매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집계인 지난 5월 말 기준으론 연 초 대비 -4.73%, 45조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국내 주식과 해외 채권에선 벤치마크 대비 각각 0.59%p(포인트), 1.30%p 높은 성과를 보였지만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에서 -0.19%p, -0.02%p 더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를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선 팀장급을 포함한 핵심 운용역이 회사를 떠나 사모펀드 등 민간 운용업계로 이직하는 현상도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14명의 운용역이 퇴사하는 등 인력 이탈을 겪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퇴사자(10명)보다 4명 늘었다. 퇴직한 14명 가운데 8명은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민간 대비 열악한 처우와 전주혁신도시 근무에 따른 네트워크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연금개혁을 위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불가피 인상할 경우 수용 가능한 보험료율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1.1%가 현행 대비 1%p(포인트) 높은 '10%'를 답했다. 장기 재정수지 균형점으로 알려진 보험료율인 '16%'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국민들은 현행 보험료율 대비 소득대체율 수준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의 현행 보험료율(9%) 대비 소득대체율(40%) 수준에 대해 응답자의 78.4%가 높거나 적절하다고 평가했지만, '낮다'는 응답자는 21.6%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소득 대비 연금보험료 수준이 '부담된다'는 응답자는 65.8%에 달한 반면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3%에 그쳤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기금 고갈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은 국민이 원하는 근본적 개혁방안이 될 수 없다"며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금운용 거버넌스를 앞으로는 금융·투자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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