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 조짐에 "돈 벌자"…불나방 개미 '빚투' 늘었다

입력 2022-08-08 15:13   수정 2022-08-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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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꾸준히 감소하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국내 증시가 지난달부터 반등 조짐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레버리지를 대거 일으킨 영향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한 조치가 빚투 증가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4일 기준 18조8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5일부터 15거래일 연속 늘어나며 올 들어 최장 기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17조원대까지 내려갔던 신용융자잔고는 이 기간 9896억원 늘어났다. 2019년 신용융자잔고가 8~10조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가량 많은 상황이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해 9월 25조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한 달 새 3조5421억원가량 감소하기도 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투자자가 특정 시점까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시장에 파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빚투’ 규모도 함께 증가세로 전환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6.86% 상승했다. 반대매매 규모도 대폭 줄어들며 빚투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지난 6월 15일 13.1%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4일에는 5.1%까지 내려갔다.

업계에서는 빚투가 늘어난 이유로 금융당국의 증시 안정화 대책을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초 반대매매에 따른 증시 급락을 막기 위해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했다. 기존 신용융자 담보비율은 140% 이상이었지만, 금융위의 대책 발표 이후 다수 증권사가 담보비율을 낮추거나 반대매매를 하루 늦추는 방안을 도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치로 빚투 부담이 줄어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증한 신용융자 규모는 장기적으로 줄어들어야 함에도 그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반대매매 우려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 조치를 다음달 말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한 것이 아닌 만큼 레버리지 활용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이 최고 9%대까지 올라갔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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