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연두가 되는 고통 - 김소연

입력 2022-08-08 17:58   수정 2022-08-09 01:16


왜 하필 벌레는
여기를 갉아 먹었을까요

나뭇잎 하나를 주워 들고 네가
질문을 만든다

나뭇잎 구멍에 눈을 대고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나뭇잎 한 장에서 격투의 내력이 읽힌다

벌레에겐 그게 긍지였겠지
거긴 나뭇잎의 궁지였으니까
서로의 흉터에서 사는 우리처럼

그래서 우리는 아침마다
화분에 물을 준다


시집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에서 일부 발췌

나는 매일 오늘의 나를 화분처럼 길러냅니다. 나와 어딘가에서 나타난 나의 벌레가 각자의 ‘긍지’로 서로의 생에 임하고 있고요. 그 사이에서 자라나는 내가 있습니다. 이 어려움은 어쩌면 여름비와 같은 축복일까요. 우리의 마음 안에 일고 있는 다툼도 언젠가 나무의 푸른 구석이 되어 서로의 살 곳이 되어 줄까요. 우리가 지나온, 지나갈 시간에 담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차원선 시인(2021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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