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는 9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생산량)이 4.6%(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생산량은 1.5% 증가한 가운데 노동시간은 4.1% 증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연율 기준으로 7.3% 감소한 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됐지만 시장 전망치(4.7%)를 밑도는 수치다.
생산성이 줄어들었지만 인건비는 늘었다. 비농업 부문에서 일정한 생산량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인건비를 뜻하는 단위노동비용은 전분기 대비 10.8% 증가했다. 최근 12개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9.5% 늘었다. 1982년 10.6% 증가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임금 상승세가 가팔랐다.
기술 혁신과 설비 확대 효과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은 기술 혁신 또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해 직원 1인당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어낸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연구원 엘리자 윙거는 “올해 2분기 생산성은 1947년 데이터를 처음 집계한 뒤로 전년 대비 가장 크게 떨어졌다”며 “이런 감소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노동비용 상승은 결국 고용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 성장보다 경기침체 확률이 점차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가파른 임금 상승세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분기 미국 내 시급은 5.7% 상승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임금상승률은 월별 기준으로 5%를 넘겼다. 블룸버그는 연간 기준으로 미국 내 임금 상승률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목표치를 5배 이상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금이 치솟는 가운데 지난 7월 미국 실업률은 3.5%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실업자보다 신규 일자리가 2백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을 아무리 높여도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책임연구원 오마르 샤리프는 “기업들은 올해 물류비 인상과 같은 악재를 겪는 동시에 인건비 인상 부담도 떠안았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Fed의 판단에 혼란을 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코로나19가 터진 뒤로 노동 구조가 크게 뒤바뀌며 기본 생산성을 측정하기 어려워졌다”며 “이 때문에 Fed가 생산성 목표치를 정하는 일이 한층 복잡해졌다”고 보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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