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불황기'엔 스팩이 대세…벌써 20곳 '역대 최대' 육박

입력 2022-08-10 15:37   수정 2022-08-17 09:02

이 기사는 08월 10일 15: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역대급 활황기를 맞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자 스팩 상장으로 수익을 확보하려는 증권사와 안정적 투자처를 원하는 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고 상장을 원하는 기업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스팩을 통한 증시 상장한 기업은 벌써 20개사다. 연간 10여곳에 불과했던 과거에 비하면 벌써 두 배 넘는 기업이 스팩과 합병한 것이다. 일각에선 합병 대상을 찾으려는 증권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칫 부실기업이 증시에 입성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봇물 터진 스팩 상장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 20곳이 신규 상장했다. 심사 승인을 받고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팩이 12곳, 상장을 위해 청구서를 접수한 스팩이 6곳이다. 연말이면 역대 최다 스팩이 상장했던 2015년(45곳) 기록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팩 상장 수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스팩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열기도 뜨겁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스팩 21곳의 평균 경쟁률은 1103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 552대 1의 두 배 수준이다. 평균 일반 청약 경쟁률도 지난해(375대 1)보다 높은 454대 1로 집계됐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상장 이후 일반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을 제시하는 기관 비중도 20~30%에 높아졌다. 그동안 스팩 대부분은 한 자릿수를 넘는 의무 보유 확약 비중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스팩 공모주를 확보하려는 기관투자가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붙은 결과다.

올해 공모주 시장이 금리 상승기를 맞아 침체기를 맞이하자 안전 투자처로 분류되는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스팩은 상장 이후 3년 이내에 다른 기업을 합병하지 못하면 자동 상장 폐지된다. 다만 공모가인 2000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 소정의 이자도 받을 수 있다. 향후 우량 기업과 합병하면 높은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지난 2009년 상장 통로 확대를 이유로 국내 증시에 도입됐다. 통상 2000원의 확정 공모가를 기준으로 증시에 입성한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일반 상장과 달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산정하지 않는다. 자산과 수익 등 절대적 가치를 기반으로 합병 비율과 합병가액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에 예비 상장 기업은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헐값에 상장하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등의 위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IPO 혹한기에 스팩에 쏠리는 관심
한국거래소가 올해부터 스팩 합병 규제를 완화한 점도 스팩에 대한 인기를 높였다. 과거에는 스팩이 존속 법인으로 남고 합병 대상 회사가 소멸하는 방식으로 스팩 합병이 이뤄졌다. 이 경우 기업은 신규 사업자로 등록돼 업력이 짧아지고 기존 거래처와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변경된 법인 명의로 부동산 취득과 토지 임대차 계약, 근로 계약 등을 체결해야 해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거래소는 올 초 합병 대상 기업이 존속 법인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스팩 소멸 합병 방식’을 신설했다. 기존 합병 방식보다 한결 절차가 단순해지면서 스팩 합병 상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IPO 기업의 공모금액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스팩 상장을 통한 수익이 쏠쏠하다. 스팩 상장 과정에서 200~300bp(1bp=0.01%포인트) 수준의 인수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스팩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 자문 수수료를 추가로 수취한다.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로부터 받는 청약 수수료도 확보할 수 있다. 스팩 설립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해 취득하는 주식과 전환사채를 통한 시세차익도 부수적인 수익원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이 포문을 연 스팩 대형화 바람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증권사의 수익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 11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스팩인 NH스팩19호는 공모금액만 약 1000억원에 달했다. 코스닥 스팩 역대 최대어인 NH스팩20호는 공모금액이 400억원이었다.

올해 하나증권이 공모금액 400억원 규모인 하나금융25호스팩을 결성하고 있으며 다른 대형 증권사도 200억~300억원 규모의 스팩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식 IPO와 달리 시장 평가 거치지 않고 증시 입성
다만 실제 스팩 상장 열풍이 우량 기업의 스팩 합병이라는 결실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스팩 합병 성공률은 63.9%로 집계됐다. 상장 후 3년이 지난 스팩 133곳 중 85곳만 합병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청산됐다. 절반 가까이가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셈이다.

특히 탄탄한 실적을 확보한 기업이라면 여전히 스팩 상장보다는 일반 IPO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공모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진 업종이나 시장의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주로 스팩 합병을 선택해왔다. 수개월에 걸친 기업설명회(IR)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과거 '부실기업 우회상장' 대체재로 도입됐던 스팩이 정식 IPO를 꺼리는 기업의 우회상장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꼬리표가 달리고 있는 이유다. 신규 스팩 상장이 쏟아지면서 합병 대상을 찾으려는 증권사간 간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자칫 부실기업이 대거 상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3년간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40곳 중 13곳은 주가가 2000원을 밑돌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합병 대상 기업의 기업가치가 시장 눈높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스팩 합병 대상기업이 고평가되는 일도 잣다.

이에 실제로 합병 대상을 찾더라도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스팩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많아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프리닉스와 씨케이앤비, 웨이비스, 영인기술, 드림인사이트 등 5곳이 스팩 합병을 추진하다 철회한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하면서 일반 상장보다는 스팩 합병을 문의하는 회사가 늘었다”며 “국내 스팩 시장은 미국 제도를 그대로 들여왔지만 아직은 증권사의 IPO 실적 채우기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합병 대상기업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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