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가스공급 축소 여파로 유럽에서 집집마다 에너지요금으로 1년에 수백만원씩 더 내게 생겼다. 영국은 내년 가구당 에너지요금이 두 배 이상 급등하고, 독일은 오는 10월부터 연간 가스요금이 최소 1000유로(약 132만원) 오를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콘월 인사이트는 영국의 에너지요금 상한이 높아짐에 따라 가구당 에너지요금이 내년 1월부터 연 4266파운드(약 680만원)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한달 금액으로 따지면 월 164파운드에서 355파운드로 오르는 것이다.
콘월 인사이트는 또 에너지요금 상한이 오는 10월에 연 3582파운드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0월(연 1277파운드)에 비하면 1년 만에 2.8배나 뛰는 셈이다.
영국 가스·전기시장 규제기간인 오프젬(OFGEM)은 1년에 두 번 에너지요금 상한을 정하는데 내년부터 3개월에 한번씩(1월 4월 7월 10월) 변경하기로 했다. 콘월 인사이트는 “에너지요금 상한 변경 주기가 잦아진 만큼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또한 가스 도매요금 급등세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19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에너지 요금 상한을 도입하고 조정 주기를 6개월로 설정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해외 가스 도매요금이 빠르게 오르고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해 업체 수십개가 도산하면서 상한 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앞서 독일도 연간 가스요금이 전년보다 50% 이상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요금까지 합치면 4인 가구 기준으로 내야하는 에너지 요금이 1년에 5000유로(664만원)가 넘을 전망이다.
독일 가스공급업체 라인에너지가 오는 10월부터 1kWh(킬로와트시)당 가스소비자가격을 7.87센트에서 18.30센트로 인상한다. 이를 토대로 환산하면 1년에 1만kWh를 소비하는 가구는 가스요금으로 1042유로(약 138만원)를 더 내야 하고, 연간 2만 kWh를 소비하면 가스요금이 2816유로(약 374만원)로 가격 상승폭이 53%에 달한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높아 타격이 큰 나라 중 하나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장비 점검을 이유로 열흘간 노르드 스트림1을 통한 유럽행 가스 공급을 끊었다가 평소 공급량의 40% 수준으로 재개했고, 다시 그 절반 수준인 20%로 줄인 상태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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