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윤 대통령이 반지하 침수 사망사고 현장을 찾은 것을 두고 "누추한 곳에 잘 찾아갔다"고 실언했다가 사과했다. 2017년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신 변호사는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신 변호사는 10일 페이스북에 "'누추' 표현은 자신에게 속하는 공간을 겸양의 뜻으로 말하는 것이지 거꾸로 그 공간을 찾아가는 사람의 수식어로 포함시키는 경우 거칠고 무례한 의미를 담는다"면서 "그런 면에서 실언이고 또 제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언제나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이 점에서 다른 대통령들에 못지않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한다"고 적었다.
앞서 신 변호사는 지난 9일 저녁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진행자가 '윤 대통령이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밤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묻자 "그래도 사망 사고가 발생한 누추한 곳에 가서 관계자들도 위로하고 아주 잘한 거 아니냐"고 했다.
신 변호사가 언급한 '누추한 곳'은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일가족 3명이 비극적으로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이다. 라디오 진행을 맡은 주진우 씨는 신 변호사의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의식한 듯, "누추한 곳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아서 변호사님과 여기 방송에서 고치겠다"고 했다.
또 신 변호사는 '폭우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도 "거기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수해 현장을 찾아서 밤새도록 다녀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 국정이 마비돼 버리고, 또 대통령이 나갈 때마다 수행과 경호가 따르다 보면 오히려 복구 업무를 방해하게 된다"며 "그런 상황을 가지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의 침수 사망사고 현장을 찾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취약계층일수록 재난에 더욱 취약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분들이 안전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 방문 다음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하천 홍수 및 도심 침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수도권 일대 집중호우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하천 홍수와 도심 침수의 대응에 있어서 이상 기현상에 대해 우리가 기상계측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에 이런 이상 현상들이 이제 빈발할 것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계속 미뤄질 수는 없고,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논의하고, 기본적인 예산이라도 확보해서 여기에 대한 준비를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여러분과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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