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원자재 가격에 건설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상반기 내내 공급 차질이 이어졌던 만큼 건설현장이 또 멈출까 걱정하는 형국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멘트 회사들이 내달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한일시멘트가 t당 9만22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을 10만6000원으로 15%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삼표시멘트도 t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 올릴 방침이다. 쌍용C&E와 성신양회 등 다른 대형 시멘트 회사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2월 유연탄 가격 급등을 이유로 15~18% 올린 바 있다. 시멘트 업계는 연초 시멘트 가격을 인상할 당시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을 t당 150달러로 반영했지만, 현재는 더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 평균 단가는 1월 151.2달러에서 2월 205.52달러로 오른 뒤 200달러 내외를 유지하다 지난 6월 183.4달러로 내려왔다. 러시아산 유연탄 사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t당 400달러 수준인 호주산을 쓴다는 것이 시멘트 업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시멘트를 주요 원자재로 쓰는 레미콘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최근 수도권과 부산·대구 레미콘 회사 대표단 및 주요 건설사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일방적인 시멘트 단가 인상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시멘트 업계가 지난해 7월을 포함해 올해 2월, 다시 9월까지 1년 2개월 만에 가격을 3번이나 올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더해 운송비 인상분도 감수해야 한다. 지난달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파업으로 레미콘 업체들은 운송료를 2년에 걸쳐 24.5% 인상하기로 했다. 기존 5만6000원이던 회당 운송료는 올해 7700원, 내년 6000원이 인상돼 6만9700원이 된다.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의 충돌 조짐에 건설업계는 겨우 정상화한 공사 현장이 다시 차질을 빚을까 긴장하는 모양새다. 올해에만 화물연대(6월)와 레미콘 운송 노조(7월), 철콘연합회(7월) 등 세 차례 파업을 겪었다.
초반에는 대체 공사를 진행하며 파업 상황을 넘겼지만, 연이은 파업에 결국 멈춰서는 건설 현장이 속출했다.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의 의견 차질이 이어져 갈등이 고조될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건설 현장이 다시 멈출 수 있다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원인이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더라도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1년 단위로 단가 계약을 맺는 대형 건설사들의 상황은 그나마 낫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건설사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즉시 공사비가 오르고, 그렇다고 건축주에게 대금 인상을 요구하면 분쟁이 빚어지는 탓이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자재를 미리 비축해두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며 "자재를 원활히 들여오려면 인상된 가격을 다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이 겹치니 지난해 3.3㎡당 500만원 내외던 꼬마빌딩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도록 올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공사비가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공사 도중에 비용이 더 든다고 말하면 건축주들이 쉽게 양해해주겠느냐. 원자잿값 상승에 공사비 건지기도 어려워져 골치가 아프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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