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뛰면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달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출 감소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대출은 4.35~5.65%대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금융채 6개월 기준 △국민 4.51~5.41% △신한 5.15~5.65% △하나 4.359~4.959% △우리 4.82~5.72%로 분포됐다.
지난해 3%대였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올해 5~6%대로 갱신되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가 지난달 2.25%로 1.75%포인트나 오른 탓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제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은 올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타대출은 2조2000억원 감소한 뒤 1월(2조6000억원), 2월(2조원), 3월(3조1000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7월 기준 기타대출은 2조2000억
원 줄면서 6월 감소 폭(1조2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이는 7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이전 최소치는 2010년 7월(8000억원 감소)이었다.
빚 뿐만 아니라 지출 줄이기에도 나서는 추세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점심값이나 커피값 등 생활 비용 부담이 늘어서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를 기록했다. 올해 1~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선다면,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이다.
자발적으로 지출을 줄이기에 나서는 사람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가영 씨는 "평소 스타벅스 매니아로 불릴 정도로 자주 가지만, 커피 한 잔에 5000원이 넘다 보니 매일 마시기가 부담스럽다"며 "대신 스타벅스 커피믹스를 사서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씨는 "평소 점심엔 회사 근처 맛집 투어를 다녔는데, 물가가 오르면서 점심 값으로 최소 만원 정도는 나가는 것 같다"며 "지금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저녁까지 챙겨 먹고, 식후 커피도 회사 커피머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시장에선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한은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합리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는 기대인플레이션과 실제 물가 상승률을 기반으로 인상을 시행하겠지만 예고한 대로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라며 "수정 경제전망에선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물가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현 상황을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당분간 대출이나 소비를 줄이는 행태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의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민간 소비는 향후 1년 동안 평균 0.04~0.15% 감소한다.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대출받은 경제주체의 소비 여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가계의 이자 수지를 분석해 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상승에 따라 줄어드는 가계의 이자 수지 규모는 8000억원~2조5000억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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