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 인플레 정점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당장 수도권과 충청권을 강타한 115년 만의 ‘물 폭탄’ 등의 여파로 식탁 물가가 비상이다. 지난달 6.3%를 찍었던 물가는 내달 7%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도 물가 비상에 농산물 비축분 방출뿐 아니라 할인쿠폰, 할당관세 등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물가 대응만큼 중요한 게 경기 침체 대비다. 당국은 올해는 물가를 잡고, 내년엔 경기 침체에 대응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그러나 여러 대내외 상황을 감안했을 때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올초 배럴당 140달러대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최근 90달러대로 크게 떨어졌다. 물가는 계속 오름세지만 전월 대비로는 계속 증가폭이 줄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곧 미국과 같은 인플레 정점 논란이 시작될 것이다. 반면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알리는 국내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하락세를 탄 지 오래다. 소비·투자에 이어 ‘경제 버팀목’이던 무역수지마저 4개월 연속 적자다. 삼성 등 주요 기업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도 암울하다.
그 어느 때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 상승 일변도의 금리 정책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닌지, 어떤 시기에 어떤 내용으로 경기방어용 재정대책을 가동할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투자와 소비가 지나치게 움츠러들지 않도록 각 경제주체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세밀한 노력도 긴요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