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임명' 김현준 LH 사장 물러난다

입력 2022-08-11 17:22   수정 2022-08-12 01:14

김현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사진)이 임기 1년8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의를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前) 정부에서 임명한 대형 공공기관장 중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김 사장이 처음이다.

11일 정부와 LH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김 사장은 정부의 주택·토지 정책을 뒷받침할 새로운 적임자를 찾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24년 4월까지다. 그는 전날 LH 주요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장을 지냈다.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작년 4월 LH 사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취임 후 그는 땅 투기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전 임직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부정부패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혁신위원회 등을 신설해 조직 쇄신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직원이 공식 출장지에서 골프를 치는 등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원 장관이 잇달아 유감을 나타내자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국토부와 LH는 다음주 퇴임 절차를 마치고, 곧바로 차기 사장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임 사장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 설계를 주도한 김경환 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과 LH 조직 개편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원 장관과 손발이 잘 맞는 인사가 LH를 지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사의 표명이 문재인 정부가 선임한 공공기관장들의 ‘줄사퇴’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지난달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지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사퇴한 바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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