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일 한주 간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분자진단 업체 씨젠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큰 돈을 번 진단업체들의 실적이 줄줄이 급감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씨젠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씨젠 주가는 12일에만 7.85% 급락했습니다. 지난주 4만650원에 장을 마쳤던 씨젠 주가는 이날 3만6400원까지 밀렸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한때 주당 가격이 16만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씨젠 주가가 내리막을 탄 건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앞으로의 먹거리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적 절벽'에 직면한 겁니다.
씨젠은 유전자증폭(PCR) 시약과 장비로 코로나19 팬데믹 때 떼돈을 벌었습니다.
지난해 매출 1조3708억원 영업이익 6667억원을 거둬들였는데 매출 가운데 코로나19 시약 매출이 9088억원으로 66%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본업으로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지만, 그렇지 못한 점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12일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씨젠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284억원, 영업이익은 13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3037억원)보다 57.7% 줄었고 영업이익(1442억원)은 91% 감소했습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4515억원)과 영업이익(1997억원)이 각각 71.5%와 93.5% 크게 줄었죠. 업계에선 "적자를 면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코로나19 검사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지난 1~2년 간 급격히 불어난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씨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한 해 매출이 1220억원, 영업이익은 224억원이었던 회사였습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매출이 10배 이상, 영업이익은 30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314명(2019년 말)이었던 임직원 수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1187명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이날 주가가 8% 가까이 급락한 것도 매출과 이익 감소 폭이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컸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날 실적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씨젠 주가는 상승 흐름이었지만 공시가 나온 오후 2시께 급락세로 전환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씨젠의 실적 내리막은 예고된 측면이 있습니다.
씨젠은 지난 1분기 실적 기업설명회(IR) 때 "강력한 변이가 출현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관련 매출은 감소세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죠.
평균판매단가(ASP)가 떨어지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코로나19 관련 매출이 절대적으로 큰 터라 엔데믹 전환에 따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폭과 시기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을 기반으로 추정을 해보면 3분기에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PCR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해외 입출국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굳이 PCR을 받으려는 수요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박셀바이오 주가는 상승세입니다.
지난 11일 9.25%, 12일 11.76%씩 급등했습니다. 주초 6만4400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박셀바이오 주가는 7만원선을 넘어서며 7만79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한때 20% 넘게 상승하며 8만원선을 넘기도 했습니다.
박셀바이오는 다음달 1~2일 열리는 대한종양내과학회(KSMO 2022)에서 VAX-NK 임상 2a상 예비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후보물질 'Vax-NK/HCC'로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입니다.
1~3일 열리는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ICBMT)에서는 이제중 대표가 '암에 대한 혁신적인 세포면역치료의 임상적 적용'을 주제로 임상 결과를 직접 발표한다고 합니다.
임상 2a상 결과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간암 대상 임상 2a상은 1상과 달리 하루 1회씩 총 5일 투여 후 한달 후 다시 5회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임상 1상 때 하루 1회씩 5일 투여하고 끝났던 것과 다릅니다. 11명을 대상으로 했던 임상 1상에서 완전관해(CR)가 4명 나왔던 터라, 용량을 늘린 임상 2a상에서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듯합니다.
투여되는 약은 임상 도중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한 차례 바뀌기도 했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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