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는 인류에게 여러모로 친근한 존재다. 기온만 맞으면 어디서나 많은 씨를 품고 잘 자란다. 해바라기 씨앗은 그 자체로 영양 많은 음식이고 풍미 좋은 기름을 제공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바라기를 사랑, 행복,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의 나라다. 세계 해바라기씨유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고 파랑과 노랑으로 이뤄진 이 나라 국기는 하늘과 해바라기를 뜻한다.
그런 우크라이나 해바라기밭에 드리운 헬기 그림자는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조반나(소피아 로렌 분)는 전쟁 중에 실종된 남편을 찾아 여행하던 도중 우크라이나 들녘의 해바라기 꽃밭에 도달한다. 끝없이 펼쳐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해바라기는 여주인공의 비극적 상황과 대조를 이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현실의 전쟁은 영화와 다르다. 애틋한 여운이 아닌, 통절한 슬픔만을 남긴다. 신경훈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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