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수십조 달러 가치의 방대한 에너지·광물·금속 자원을 손에 넣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몰려 있는 원자재 매장지를 장악하면서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6개월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커다란 보상'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가장 광물이 풍부한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티타늄 및 철광석 매장지를 포함해 미개발 리튬 및 대규모 석탄 매장지 등을 러시아가 차지한 것이다.
캐나다 싱크탱크 세크데브(SecDev)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가 압수한 매장량의 가치는 12조4000억 달러(약 1경6000조원) 규모다.
우크라이나 지질조사국의 로만 오피막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원자재가 대부분 동쪽과 남쪽에 집중 매장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손실 매장량의 가치는 현재 산출된 총액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산업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GMK의 스타니슬라프 진첸코 CEO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고 해당 자원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당한 뒤, 더는 산업 경제를 유지할 수 없는 약소국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완전히 자국화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 합병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는 전체 자원 매장량의 3분의 2에 대한 접근 권한을 영구적으로 잃게 된다. 이럴 경우, 서유럽의 에너지·자원 확보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침공·합병한 뒤, 석탄 매장지 등을 장악해 생산량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또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탈환할 경우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일부 탄광을 침수시켰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회사 디텍(DTEK)의 막심 팀첸코 CEO는 "러시아는 원자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경제 파괴가 목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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