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뚜기 등 라면 업체들은 지난해 8월 각각 4년, 13년 만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후 올 들어선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데도 추가 인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급기야 농심은 지난 2분기 국내 법인이 24년 만에 영업적자를 낸 2분기 ‘성적표’를 16일 공개했다. 원재료로 쓰이는 곡물 가격, 유류비, 포장재 비용 등이 급등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 추가 가격 인상이 없으면 뚜렷한 실적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국내 법인의 수익성이 떨어진 게 큰 영향을 줬다. 농심은 별도 기준(해외법인 실적 제외)으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농심 국내법인이 분기 적자를 낸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그나마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법인에서 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게 연결 기준으로 영업흑자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 농심은 “국제 원자재 시세 상승, 높은 환율로 인해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고, 물류비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진라면’ 외에 유지, 소스류 등의 비중이 높은 오뚜기는 상반기에 비(非)라면 제품 가격을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인상했다. 이를 통해 ‘주력’인 라면에서의 수익성 악화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5% 늘었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수출 부문 매출(올 상반기 3161억원)이 내수(1319억원)의 2.4배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1.9배 불어났다.
농심이 지난 8월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올린 바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 이전에 비축했던 재고가 소진되면서 2분기부터 원가 부담이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 관리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라면 가격을 추가로 올리기도 조심스러운 처지다. 라면은 스낵과자, 빵 등과 함께 소비자 물가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국내 판매가격 인상에 부담이 된다는 게 농심의 속내다. 농심은 일단 수출제품 가격을 올리고 제조 원가 절감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라면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15%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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