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로 파편화되는 인간의 모습 표현했다"

입력 2022-08-16 17:52   수정 2022-08-17 00:20

“그의 작품은 심오함과 풍자(profundity and sarcasm)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그의 존재감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 거래 플랫폼 ‘아트시’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직전 ‘이번 전시가 끝나면 당신이 알게 될 아티스트 5인’이라는 글에서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43·사진)를 두고 이렇게 소개했다. 김 작가는 그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한국 작가 3명 중 하나였다.

아트시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김 작가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미술 부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시작으로 2016년 파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인 팔레 가르니에, 2017년 멜버른 페스티벌 등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가 만든 영상 작품은 독일 베를린 SF영화제, 쾰른단편영화제 등 유명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김 작가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선 합창단의 목소리를 빌려 석유자본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을 보여줬고, 2019년에는 금빛 광물 모습의 외계생명체가 주인공인 영상을 통해 당시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다뤘다. 그는 전시마다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영상·사운드·텍스트·회화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보여준다.

이번에 그가 꽂힌 주제는 ‘배달 라이더’다. 개인전 ‘문법과 마법’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최근 만난 김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편화된 직업인 배달 라이더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배달 라이더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완성하기 위해 직접 배달을 뛰어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총 11점이다.

이 중 핵심은 24분짜리 영상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다. 이 세계에선 배달 라이더를 ‘딜리버리 댄서’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두 인공지능(AI) 앱이 알려주는 경로를 따라 미로 같은 서울을 이리저리 누빈다. 앱은 수시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댄서들을 재촉한다.

딜리버리 댄서들은 숙련도에 따라 일반, 파워, 마스터, 신 계급으로 나뉘는데 계급이 오를수록 AI 앱은 배달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비현실적인 경로를 제안한다. 사실 신 계급 위에는 숨겨진 최상위 능력자가 있다.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고스트 댄서’다. 고스트 댄서는 빛처럼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축지법처럼 시공간을 뒤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영상의 주인공인 ‘에른스트 모(Ernst Mo)’도 고스트 댄서다. 그는 여느 때처럼 배달을 위해 시공간을 축약하다가 또 다른 자신이 살고 있는 ‘평행우주’에 들어가게 된다. 그 속에서 마주친 도플갱어(자신과 똑같은 대상)는 배달시간을 줄이기 위해 시공간을 왜곡하는 행위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 설명한다.

에른스트 모는 처음엔 그 말을 무시하지만, 점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결국 그는 페널티가 쌓여 딜리버리 댄서 자격을 박탈당한다. 김 작가는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파편화되고 소외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딜리버리 댄서 세계관과 관련된 여러 작품이 전시돼 있다. 1층 전시장 중앙에서 에른스트 모와 도플갱어의 헬멧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한 설치 작품 ‘고스트 댄서A(사진)’가 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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