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고 신중해진 尹…"저부터 분골쇄신 하겠다"

입력 2022-08-17 17:27   수정 2022-08-18 01:52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은 20분가량의 모두발언과 이어지는 34분간의 각본 없는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준비해온 모두발언에서 ‘국민’을 20번 언급하며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국정 쇄신을 위한 ‘파격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차분하고 신중한 태도로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등 민감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모두발언에서 ‘국민’ 20번 언급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윤 대통령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120여 명이 참석했다.

연단에 선 윤 대통령은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취임 100일간의 소회를 밝혔다. 키워드는 ‘국민’과 ‘반성’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늘 국민의 뜻을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모두발언 말미에는 다시 한 번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살피겠다”며 “저부터 분골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여권에서 나왔다.
○‘이준석’ 질문에는 즉답 피해
질의응답은 기자들이 손을 들면 강인선 대변인이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과거 대통령이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한 것과 달랐다. 취재진은 외교·정치·사회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총 12개 현안에 대해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한·일 관계, 노동개혁 등 현안과 관련해 자신의 소견을 차분하게 밝혔다. 취임 100일에 나올 법한 새로운 아젠다나 국정 쇄신을 위한 ‘깜짝 카드’는 없었지만 신중한 언어로 국정 철학을 설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향한 이 전 대표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 쇄신이라는 것은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 아주 치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 등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벌써 시작했지만, 그동안 대통령실에서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고 했다.
○회견 마치려 하자 “잠깐만”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된 40분보다 15분가량 더 진행됐다. 회견 말미에 강 대변인이 질의응답을 마치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못다 한 설명을 이어 나가기도 했다. 앞서 ‘노동현장 불법 파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음에도 추가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도어스테핑에서 종종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답변 내내 일정한 톤과 표정을 유지해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윤 대통령은 회견장에 앉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퇴장했다. 이날 회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최상목 경제·안상훈 사회·최영범 홍보·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대통령실 참모 8명이 배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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