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철광석 가격이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보다 절반 이하로 내려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철광석 큰 손인 중국 시장이 침체하며 하락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중국 톈진 항으로 수입되는 철광석(Fe 63.5%) 현물가격은 t당 전 거래일보다 3.1% 하락한 109.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t당 200달러를 웃돌던 가격이 올해 들어 반토막 났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도 이날 철광석(Fe 62%) 9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전날보다 2% 떨어진 107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철광석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봉쇄 조치가 풀린 뒤에도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중국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산업생산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업기업 생산활동을 숫자로 나타낸 지표다. 지난 6월과 비교해 0.1%포인트 떨어졌다. 시장전망치인 4.6%를 밑돌았다.
상품 구매에 지출한 총액을 뜻하는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 전달인 6월과 비교하면 0.4%포인트 감소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망치 5%에 절반 수준이다. 서비스 생산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산과 소비 모두 침체하고 있다는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중국이 흔들리자 세계 철강 수요도 위축됐다. 지난 4월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지난해보다 0.4% 증가한 18억4000만t에 그칠 거라고 전망했다. 이전까진 2.2% 증가한다고 예견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수급이 불확실한 데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원자재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말 중국 열연강판 가격은 t당 600달러를 밑돌았다. 최근 20개월 동안 최저치를 찍었다. 중국 제철소 내 제품 재고도 2052만t(6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불어났다.
상황이 악화하자 철강업계는 중국 당국의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그룹은 중국의 인프라 산업과 자동차 제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발전용 석탄 수요가 급증한 게 당국이 내세운 경기부양책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부동산 시장은 다른 산업에 비해 반응 속도가 느려 정책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자국 철광석 소비의 최대 50%를 차지한다. 신규 주택 착공 건수가 급감하며 시장이 침체했다. 지난달 중국 50대 도시의 주택 판매 건수는 전년 대비 50% 줄었다. 중국 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됐고 철강업체도 수익이 줄었다.
BHP그룹은 경기 활성화의 지표로 석탄 가격을 제시했다. 지난 16일 BHP그룹의 전력 발전용 연료탄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271% 폭등했고, 제철소에서 활용하는 원료탄도 225% 급증했다.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치솟았다. BHP그룹은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판단해보면 중국 철강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내년부터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세계 경제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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