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오른 1310원에 출발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5.7원 오른 1308.10원에 마감했다. 지난 10일 이후 4거래일 만에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다.
환율이 상승한 배경으로는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데 따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발표한 7월 산업생산과 소비판매 증가 폭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7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인 4.5% 증가를 하회했다. 7월 소매판매는 2.7% 늘어나면서 예상치였던 5%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에 영향을 주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인하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 넘게 하락했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시장에선 달러 강세의 추가 확대를 이끌 재료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이 공개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로 달러 강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로 미국과 같이 수요를 주도하는 선진국이 소비를 줄이면 경상거래를 통한 대외 달러화 공급이 줄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돼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향후 1개월 내 원·달러 환율 상단으로는 132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위험선호 개선에 따른 달러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연동된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도 연장될 수 있다"면서도 "당장 수출 및 무역수지 개선이 어려운 환경으로,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석탄 수입 비중이 높은데 두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하반기엔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소재용 신한은행S&T센터 리서치 팀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 등이 기준금리 키 맞추기로 급등세가 누그러지더라도 경기 후퇴 우려로 환율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상반기보다 급등세는 진정되겠지만 1350원까지 상단을 열어놓은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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