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제조업 허브인 광둥성을 찾아 다시 경제 회복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5.5%)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가 휴가를 겸한 8월 초 '베이다이허 회의'를 통해 경제 운용 방침을 재정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달 광둥성 선전에서 6대 경제 대성 좌담회를 열고 각 성 대표에게 "경제 안정에 더 책임감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선전은 중국 4대 1선도시(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중 하나로 화웨이, 텐센트 등 대표 기술기업들이 집결해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광둥, 장쑤, 산둥, 저장, 허난, 쓰촨성은 중국 31개 성·시 중 지역 국내총생산(GDP) 1~6위로, 전체 GDP의 40%를 차지한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가 6월에 반등했으며 7월에도 성장 속도를 유지했지만 다소 출렁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회복 추세를 유지하고 절박함을 더해 경제의 토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발전을 통해서만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고용 활성화, 비축 자금 활용 등을 주문했다. 또 경제력이 큰 성들을 향해 중앙정부에 대한 상납을 늘려 다른 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 총리는 중국 공산당 권력의 핵심인 7인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첫 행선지로 광둥성을 찾은 것은 중국 당국의 경제 회복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는 오는 10월께 열릴 전망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진행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회의에선 시진핑 주석의 3연임, 리 총리 등 현 상무위원들의 거취와 함께 중국의 주요 정책에 대한 방향 설정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 총리는 지난달 19일 "고용이 상대적으로 충분하고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성장률이 다소 높거나 낮아도 용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다시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통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하반기 정책 방향을 다소 공격적으로 수정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해 더 많은 정책 지원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