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익명으로 누구나 대화가 가능한 오픈채팅방에 '송금 서비스'를 도입한 가운데,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송금 기능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카톡 최신 버전 업데이트 이후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오픈채팅방을 이용하려면 송금자와 수취자 모두 카카오페이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오픈채팅방에서 하단의 플러스 버튼을 누른 후 송금 메뉴를 선택하거나 익명 프로필 상단에 위치한 송금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동호회 활동·팬클럽 모임·중고거래 등 불특정 다수가 참여한 오픈채팅방 안에서 계좌번호·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노출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익명 기반 채팅방에서 송금이 이뤄지다 보면 마약·성매매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불법 주식 리딩방(개인대상 종목 추천 채팅방), 코인방 등 금융 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며 "(송금 기능은)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익명 송금이 가능하면 마약이나 성매매 같은 범죄에 활용될 것 같다"며 "이런 기능(송금) 없이도 보이스피싱 당하는 사람이 많은데 굳이 이 기능을 넣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돈 거래는 투명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익명에 기대 사기가 판을 칠 것"이라고도 했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오픈채팅 성격에 따라 송금·수취 시 실명 정보가 노출되지 않아 청소년 성범죄 또는 투자사기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측은 별도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톡 오픈채팅방 송금은 불법적 악용을 방치하기 위해 송금 시 1회 30만원, 수취 시 1일 200만원 등 별도 한도액을 적용했으며 수취일은 당일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금융 사기 방지 서비스 '더치트'를 통해 수취인의 사기 이력이 조회될 경우 이용을 제한했다. 또한 14세 미만 미성년자 역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픈채팅 송금'은 카카오페이 가입자들이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시스템 상에는 송금인과 수취인의 실명 정보가 남게 된다"며 "범죄 악용시 즉시 추적이 가능하고 수사 기관에 정보 제공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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