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못하면 회사 문 닫아야 하는데…적자 성장기업 '생살여탈권' 쥔 거래소

입력 2022-08-17 17:43   수정 2022-08-25 15:32

지난 정부 때 한국거래소는 적자 성장 기업의 기업공개(IPO) 관문을 활짝 열어줬다. 기술특례상장을 성장성 특례, 테슬라 요건 상장으로 세분화해 상장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장외시장에서 플랫폼, 바이오 기업에 대한 유례 없는 모험자본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올해 경기 침체 속에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내세워 상장 문턱을 높이고 있다. 적자 성장 기업들은 IPO 문턱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심사에서 탈락하면 자칫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면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예비 IPO 기업 57곳이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 상장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 접수 후 45영업일 이내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57곳 가운데 26곳은 심사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마켓컬리’로 유명한 컬리(e커머스 플랫폼)와 메를로랩(에너지 플랫폼), 아벨리노(바이오) 등은 5개월 가까이 결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의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심사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소는 올해부터 바이오 기업엔 기술력뿐 아니라 사업성을, 플랫폼 기업엔 성장성뿐 아니라 흑자 달성 시기를 엄정하게 따지고 있다.

거래소 잣대가 갑자기 엄격해지면서 IPO 심사를 받는 적자 성장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펼치려던 사업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자칫 현금 유동성 위기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자 플랫폼 기업이나 바이오 기업은 IPO가 생존의 관문인 셈이다. 상장 전 자금유치(프리IPO)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다들 거래소의 심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거래소는 딜레마에 놓였다. 의도하지 않게 적자 성장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쥐게 되면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거래소가 시장 건전성을 위해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모험자본 투자를 유도해놓고 갑자기 문턱을 확 높이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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