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채소를 개발한 한국 대표 농학자 우장춘

입력 2022-08-18 09:25   수정 2022-08-25 11:09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12)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김치는 배추와 무 등 신선한 채소가 있어야 제맛을 낼 수 있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배추와 무의 식감이 김치 맛을 더해 준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배추와 무가 원래부터 그렇게 아삭아삭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 배추와 무를 개발해 보급한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농학자 우장춘(1898~1959)이다.

우장춘 이전에 과학자들은 생물 종의 탄생을 진화론으로 설명했다. 19세기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생존에 유리한 변이(생물 개체가 가진 특성)가 자연 선택에 의해 살아남으면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고 봤다. 나무가 새 가지를 치며 자라듯이 생물 종도 기존 종에서 새로운 종이 갈라져 나오면서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장춘은 종의 분화만으로는 생물 종의 탄생을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종이 달라도 같은 속(屬)에 들어가는 식물을 교배하면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봤다. 우장춘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종은 다르지만 같은 속인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해 제3의 식물인 서양 유채를 만들고, 염색체 분석을 통해 이들 사이의 세포학적 관계를 밝혀냈다. 즉, 유채가 배추와 양배추의 자연적인 잡종 결과 탄생한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종이 합쳐져 새로운 종이 되는 것을 '종의 합성'이라고 한다. 우장춘은 1936년 도쿄제국대학 농학박사 학위 논문인 '배추 속(屬) 식물에 관한 게놈 분석'에서 이 같은 이론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 이론은 같은 종끼리만 교배가 가능하다고 본 당시의 패러다임을 깨뜨린 것이었다.

종의 합성은 두 식물을 교배해 세 번째 식물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에서 '우장춘 삼각형'으로도 불린다. 이미 존재하는 생물 종이 합성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다는 우장춘의 이론은 생물의 진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으며, 새로운 종자를 합성하는 데도 중요한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장춘은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추와 무 종자를 육종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아삭아삭한 배추와 무도 우장춘이 종의 합성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도 식물 연구에 온힘을 다한 과학자의 노력이 담겨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신향숙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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