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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과 같은 날 있었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임원(CHO) 간담회를 두고 한 노동경제학자가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의 노동개혁 구상에 대해 크게 노동법·제도 개선과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현행 노동법 체계가 과거 2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법체계여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용될 노동법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며 노동법 개정을,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노동에 대한 보상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현 방안으로 “독일에서 사민당이 노동개혁을 하다가 정권을 17년 놓쳤지만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며 하르츠 개혁 방식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경영계는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진짜’ 노동개혁을 호소했다. “법원이 사내 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파견법 규제 완화를, “지난 정부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조 단결권이 크게 강화된 만큼 사용자의 대응 수단도 보완돼야 한다”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 없이 “근로시간 규제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노동개혁을 위한 기구를 만들었다. 지난달 18일 출범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로, 경제·경영·법학 등 교수 12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순수 연구자들로만 꾸려진 이 연구회는 근로시간제도와 임금체계 개편 문제만 집중 논의하기로 한계를 설정해놓은 기구다. 산업현장에서 파견 규제 완화를,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권을, 불법행위에 대한 공권력 집행이 먼저라고 호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 과도한 연공급제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 주역인 기업들은 숨을 못 쉬겠다고 하는데 ‘아픈 배에 빨간 약 발라주는’ 수준의 노동개혁은 곤란하다. 헌법 개정보다 어려운 게 노동법 개정이라고 한다. 정권은 잃었지만 독일을 살린 슈뢰더처럼, 윤 대통령의 총력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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