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떨어져 15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전주에는 서울 25개 구 중 용산구와 서초구가 변동률 보합(0)을 유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예외 없이 마이너스였다.
전문가들은 시장 한파 속에서도 5개월여간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초구의 하락 전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3월 셋째주부터 19주 연속 아파트값이 상승했지만 8월 첫째주부터 등락 없이 보합으로 전환했고 셋째주부터는 0.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면서 소위 ‘1급지’마저 가격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여태까지 서초는 불패가 아니라 ‘덜패(덜 하락한 것)’로 봐야 한다”며 “금리 인상 앞에 장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방위적 가격하락 여파에 경기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주간 하락폭은 0.12%에 달했다. 2013년 2월 둘째주 이후 9년5개월여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신동아 1차 전용면적 132㎡는 9층 매물이 지난 5월 29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이달 12일에는 같은 면적 11층 매물이 29억원에 거래됐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임에도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도 자체 조사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서초구가 하락세(-0.01%)로 전환된 것은 이달 5일부터다. 2020년 5월 8일 -0.05%를 기록한 이후 줄곧 강·보합세를 유지하다가 이달 들어 하락세로 바뀌었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서초구는 거래 침체로 인해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하락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지난 16일 발표된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서초구는 대장주 아파트가 몰려 있는 반포동에서조차 시세보다 2억~3억원 내려 호가를 부르는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초구 지회 김종래 중개사는 “올 들어 35억원 이상에 거래됐던 반포자이 전용면적 84㎡가 최대 3억원 정도 가격을 낮춰 집주인들이 매물로 내놓고 있다”며 “대체로 5~10% 정도 가격을 내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위축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시장을 압박하는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초를 비롯한 강남도 한동안 동반 하락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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