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취업 준비를 끝으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 사회초년생들에게 보험은 그리 친숙한 존재는 아니다. 결혼 자금을 위해 목돈을 마련하고 내 집 마련을 실현하는 데 마음이 급한 직장인들에게 보험 가입은 나중으로 미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건강 악화를 대비해야하는 입장도 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나 보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사회초년생을 위한 보험 꿀팀이 있다. 일명 '어른이 보험'이라 불리는 '어린이 보험'이다. 쉽게 말해 성인용 보험 보다 싼 어린이 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어른이 보험이란 어른도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 보험을 칭한다. 기존 어린이 보험 상품 중에서도 가입 연령을 높게 책정한 보험들이 있다. 보험사들은 3~4년 전부터 미성년자로 제한했던 어린이 보험 가입 연령을 30세 안팎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올해 기존 15세까지로 한정했던 어린이 보험의 가입 연령을 30세로 높였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5월 무려 35세까지 가입 가능한 어린이 보험을 시장에 선보였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상태로까지 진행된 영향이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2000년(1.48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기대 여명은 2000년 76.0세에서 2020년 83.5세로 치솟은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기존 어린이 보험에 대한 수요층이 급격히 줄면서 가입 연령을 30대까지 높이게 된 것"이라며 "20대, 30대의 경우 확실히 보험료 부담이 적은 어린이 보험에 대해 관심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보험의 경우 성인용 보험 대비 가성비가 좋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우선 보험료가 성인용 보험 상품보다 약 20% 저렴한 편이다. 보험료가 낮다고 해서 보장 범위가 좁은 것도 아니다. 3대 질병인 암·뇌·심장질환은 물론 성인용 보험에 적용된 대부분의 보장을 내재하고 있다. 원래 취지가 자녀의 의료비, 배상책임 등 다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된 상품이라서다. 보장 기간도 최장 100세까지 설정돼 있어 나이가 들수록 커지는 의료비 부담도 줄 수 있다.
어린이 보험의 경우 성인용 보험보다 진단비 한도를 1.5~2배가량 높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가입 수요를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아울러 성인용 보험과 달리 어린이 보험의 경우 가입하자마자 보험금 전액 지급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 또한 소비자 선호도를 높일 만한 사안이다. 통상 성인용 보험은 가입 후 일정 시기가 지난 뒤 보장 금액을 전액 지급한다는 조건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어린이 보험은 설계 시부터 아이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보험이기 때문에 노년층이 많이 걸리는 질병의 보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부 보장이 아예 배제된 경우도 있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면 나이가 들수록 특정 보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보험 상품에 새로 가입하거나 아예 다른 보험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어린이 보험의 경우 특정 연령 이후 질병 발생 위험성이 크지 않고 향후 후유 장애 발생 우려가 큰 만큼 보험료 대비 보장이 좋은 상품일 경우가 많다"며 "단, 노인성 질병에 대한 보장 범위가 좁을 수 있는 만큼 20~30대에 보험료를 적게 내고 차후에 부족한 보장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보험료 부담을 조정할지, 아예 처음부터 노인성 질병까지 보장하는 성인용 보험을 들어 균등한 보험료를 오랜 기간 납부할지에 대해 각자 경제력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