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9일 17: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01.30967235.1.jpg)
아마도 PE와 컨설팅이 왜 서로 비교할 대상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완전히 다른 업종이기도 하죠. 그런데 PE과 컨설팅은 몇 가지 부분에서 유의미한 접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PE업의 인력 구성입니다. PE운용사 임직원들의 과거 경력을 보면 가장 비중이 높은 그룹이 IB/증권사, 회계사, 컨설턴트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글로벌 PE의 경우 IB의 비중이 가장 높은 반면 한국의 PE운용사는 회계사 출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태동한 PE산업은 초창기에는 인베스트먼트뱅커와 변호사 출신들이 장악을 하고 있었고 컨설턴트 출신과 기업 출신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유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PE들의 주된 수익 창출 원천이 레버리지와 각종 재무적인 기법을 활용한 LBO구조였기 때문이었죠.
그러던 중 1980년대 후반 들어서 당시에는 매우 드물게도 경영 컨설턴트 출신들이 창업한 Bain Capital이라는 회사가 등장하여 두각을 나타내면서 컨설턴트들이 PE업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PE시장의 진화 과정이 그러한 변화를 촉발시킨 배경이 된 것이 이해가 되는데요. 처음 도입 되었을 때는 아주 신기한 재무 기법이었던 LBO구조도 점점 보편화되어가고, 시간이 가면서 M&A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가격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단순히 레버리지나 재무적인 기법으로만 이전과 같은 투자 수익을 창출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PE 입장에서는 회사를 인수한 후에 새로이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매출을 성장시키고, 오퍼레이션을 개선해 회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끌어올려야만 하는 니즈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죠. 바야흐로 컨설턴트들이 PE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컨설팅 회사들의 PE 대상 컨설팅 사업의 확장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대기업 클라이언트들을 주 타깃으로 사업을 확장해왔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중견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컨설팅 용역수수료를 지급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1990년대부터 PE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을 하면서 메가펀드들이 출현하고 그들이 컨설팅 회사들의 클라이언트가 될만한 규모의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PE펀드는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이 일반적인 주주들보다 훨씬 더 크고, 회사를 다른 각도로 보고 변화시켜야 하는 니즈가 강하기 때문에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일반기업보다 더 높습니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규모와 영향력을 점점 키워가는 PE펀드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기회에 주목하면서 PE클라이언트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개발하고 영업을 전개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전 직장이었던 Bain&Company에서 파트너로 승진하자마자 바로 회사로부터 받은 미션이 한국에 Private Equity Group(PEG)이라는 PE컨설팅 부문을 새로 설립해서 사업을 개척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한국에는 PE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클라이언트가 될만한 PE회사들조차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고 PE 대상 컨설팅의 개념도 없었던 상황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사업을 시작해야할지 너무 막막한 나머지 제가 회사에 그 미션을 재고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맨 땅에서 몇 명의 전담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시작한 PEG가 놀랍게도 4년 후에 회사 전체 매출의 25%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와 팀원들이 투혼을 불태우면서 불철주야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이와 더불어 그 기간 동안 한국 PE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 매출 성장에 또 하나의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한국에서 PE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이제는 웬만한 컨설팅 회사들이 전부 PE 대상 컨설팅 사업을 주요 사업 기회로 보고 전담 조직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자 검토시에 재무실사와 법률실사에만 주력하고 컨설팅을 쓰지 않았던 한국의 PE운용사들도 사업실사를 위해서 점점 컨설팅 서비스를 쓰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PE 컨설팅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저희 회사는 창립 이래 10년간 컨설팅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위와 같은 역사와 배경으로 PE와 컨설팅업은 연관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컨설팅 회사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PE운용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컨설팅에 몸 담고 있는 후배들로부터 "커리어로서 두 분야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종종 받기도 합니다.
업무의 목적 'Report vs. Result'
PE와 컨설팅은 사업의 목적이 다릅니다. 이전 칼럼에서 설명한 것처럼 PE업의 최종 목적은 투자 수익 창출입니다. 반면 컨설팅업의 목적은 클라이언트에게 자문을 제공해주는 것이고 그 자문의 최종 결과물은 컨설팅 보고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PE업을 시작하기 전에 10년 넘게 경영 컨설턴트로서 일했었습니다. 당시 제가 근무하던 회사는 다른 경쟁 컨설팅 회사들과의 차별점으로 result-oriented 컨설팅을 강조했었고 직원들과 클라이언트들에게 "Result but not Report!"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습니다. 저는 주니어 컨설턴트 시절에 그 말이 너무 멋있어보였고 내가 비록 자문업에 종사하지만 단순히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컨설턴트로서 클라이언트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결과물을 창출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저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것에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게 된 것이 제가 오랜 컨설팅 생활을 접고 미지의 PE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가장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마케팅용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진정으로 'Report가 아닌 Result'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수익 모델 '노동집약적 vs. 자본집약적'
컨설팅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사업입니다. 컨설팅의 수익모델은 아주 간단합니다. [컨설팅 용역수수료 - 인건비 - 기타비용]입니다.
컨설팅 용역수수료 매출은 다시 [실제 프로젝트 수행 주 x 주당 컨설팅 용역수수료]의 공식으로 산출이 됩니다. 수수료 수준의 인상도 가능하지만 매출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프로젝트 수와 프로젝트 기간을 늘려야 하고 따라서 수주와 더불어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컨설팅 회사의 비용 중에서는 인건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컨설팅 회사의 인건비는 장기적으로는 변동비 성격을 나타내지만 단기적으로는 절대적인 고정비입니다. 따라서 컨설팅 회사의 단기 수익성의 관건은 모든 고정비 높은 사업의 그것과 다름 없이 '가동률'이라는 한가지 KPI로 귀결이 됩니다. 제조업이 고정자산과 설비의 가동률이 중요하다면 컨설팅은 인력의 가동률이 중요한거죠. 고정비가 높은 제조업의 공장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인이 놀고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고 기왕 라인을 가동시킬 때는 최대한 단가와 마진이 높은 제품으로 채워야 하며 작업교대 시간을 가급적 줄이고 연속 생산을 늘려야합니다. 컨설팅 회사도 똑같습니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지 않고 놀고 있는 사람들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고 프로젝트를 팔때 용역수수료 단가를 최대한으로 높게 받아야 하며 가급적 긴 프로젝트를 많이 해서 중간에 인력들이 빌링되지 않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PE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사업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PE운용사의 수입은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두 가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PE운용사(GP)의 매출은 (AUM x 관리보수율) + (투자수익 규모 x 성과보수율) 입니다. 다시 말해서 PE운용사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AUM(운용자산)을 성장시켜야 하고 확보한 AUM으로부터 최대한 높은 운용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PE운용사의 비용에서도 컨설팅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건비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AUM을 키우기 위해서 반드시 인력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PE 운용사는 어느 정도 규모의 팀이 구축된 이후에는 인력과 비용을 더 늘리지 않고도 매출을 2배 키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펀드 사이즈가 커지면 투자 건수를 늘리기보다는 한 건당 투자규모를 늘리기 때문이죠. AUM 성장 전략으로 메인 펀드에 집중하면서 1호, 2호, 3호로 가면서 펀드 규모를 키우는 방식을 택할 경우 인력과 비용이 매출 성장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AUM 성장 전략으로 다른 목적의 여러 펀드를 조성해서 펀드 갯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한다면 각각의 펀드를 별도의 팀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과 인건비가 매출에 비례하여 상승하게 됩니다.
투자에 참여하는 영역 '20% vs. 100%'
제가 가장 많이 접하는 질문들 중 하나가 M&A나 PE 딜에서 컨설팅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라는 질문입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M&A 프로젝트 꽤나 했던 후배들은 PE로 이직하면 컨설팅에서 하는 일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컨설팅 회사가 M&A 딜에 참여할 경우 보통 사업실사(CDD·Commercial Due Diligence) 또는 인수후통합(PMI·Post Merger Integration) 업무를 하게 됩니다. PE 딜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CDD 업무로 참여 범위가 제한됩니다. CDD는 보통 4~6주 정도 소요되며 목적은 인수대상 기업의 사업 안정성과 성장성에 대하여 검토하는 것입니다. CDD의 주된 활동은 시장과 경쟁자들에 대한 정보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문가 인터뷰를 어레인지해주는 업체를 통해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 또는 퇴직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뒤 그 내용을 정리하는 일 등입니다. 때로는 짧은 시간 안에 약식으로 고객 서베이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된 후에는 시장조사, 인터뷰, 서베이 결과물을 클라이언트의 재무 모델링에 인풋으로 제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작업 내용을 보고서로 정리해 클라이언트들에 제출합니다.
바이아웃 PE 운용사의 업무는 크게 (1)펀드레이징, (2)딜소싱, (3)투자집행, (4)투자후 밸류업, (5)투자회수의 5단계로 나눠집니다. 이 중 (3)투자집행 단계는 다시 (a)실사, (b)내부 투심위 승인, (c)주식매매계약 및 주주간계약 체결, (d)딜 클로징 작업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컨설팅 회사는 그 중에서도 (3)-(a) 실사 작업에 참여하게 되며 재무, 법률 등 여러 실사들 중 CDD작업을 수행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볼 때 PE의 전체 업무 중 컨설턴트로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은 10~20% 정도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경영 컨설턴트 경력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논리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전략적 마인드,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은 장기적으로는 PE업을 해나가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시사점 - PE로의 전직을 꿈꾸는 컨설턴트에게
저는 유능한 경영 컨설턴트가 PE로 이직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PE 투자, 특히 바이아웃 투자의 경우 재무나 회계 스킬은 일정 수준까지는 차이를 만들 수 있지만 그 단계를 넘어가게 되면 그 자체가 차별화되는 역량이 아니고 결국은 사업과 경영과 밸류업에 대한 인사이트, 실행력이 격차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PE로 이직한 많은 전직 컨설턴트들이 처음 2~3년 간은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안타깝게 도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관찰 결과 그러한 고생과 실패의 주된 이유는 전직 컨설턴트들이 PE와 컨설팅은 엄연히 다른 분야임에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새로운 회사에서도 자신이 익숙하고 잘 할 줄 아는 방식으로 승부를 내려는 오판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PE로의 이직을 꿈꾸는 컨설턴트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PE로 이직할 경우 초기에는 내가 알지 못하고, 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 자신 없는 부분부터 빨리 습득하고 업무 영역을 넓혀나가는 노력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칭찬보다는 지적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전에 대부분이 성공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런 환경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런 서투름과 실패를 두려워해서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생각 외로 PE업에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비만 넘게 되면 컨설턴트로서 잘 훈련 받은 문제해결 능력, 분석력, 사업을 보는 시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갈수록 분명히 빛을 발하게 됩니다. 더 많은 컨설턴트들이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PE로 이직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