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강남권 시세를 이끄는 ‘대장주’나 ‘재건축 대어’ 아파트까지 종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가 주택 매수 심리를 짓누르고 있어 지금 같은 분위기가 최소 1~2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도 지난달 25일 19억8000만원에 팔려 종전 최고가(25억4000만원, 2022년 2월) 대비 5억6000만원 하락했다. 이 아파트는 2020년 9월 비(非)강남권에선 처음으로 실거래가가 20억원(전용 84㎡ 기준)을 넘어선 곳이다. 흑석동 A공인 관계자는 “기존 최고가 거래는 인기가 많은 한강변 매물이고, 지난달 거래는 1층 매물 인 것을 감안해도 낙폭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강북권 인기 주거지인 마포구 대장주로 꼽히는 신촌그랑자이 전용 59㎡는 지난달 23일 최고가(16억원, 2020년 12월) 대비 2억2000만원 내린 13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대출 금지선’인 15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집을 빨리 팔아야 할 사정이 있는 급매물이 소진된 사례가 대다수지만 낙폭이 워낙 커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끌어내리는 촉매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최고가(13억8000만원, 2021년 10월) 대비 4억원 낮은 9억8000만원에 거래된 강서구 마곡동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급히 처분한 매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경매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로 통하는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마저 번번이 유찰되고 있다. 법원경매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84㎡ 매물이 경매에 나왔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 매물의 감정평가액은 23억1000만원으로, 동일 주택형의 5월 실거래가(27억5000만원)보다 4억원 이상 낮았는데도 참여자가 없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적어도 앞으로 1년간은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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