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창문, 계기판, 손잡이 등 차 안 곳곳이 ‘디스플레이화’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디스플레이제이션(display+ization)’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크고 밝은 10인치 이상 프리미엄 디스플레이가 시장 확대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옴디아가 단기간에 시장 규모를 1조원 가까이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뜻이다. 옴디아는 2024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처음 100억달러(약 13조16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들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코로나19, 반도체 부품 수급난 등으로 2020년부터 2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 생산·판매가 정상화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확산하면서 차 안에서 디스플레이 활용처가 늘어난 것도 시장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자동차가 운전 수단이 아닌 생활 공간으로 변하면서 게임,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중요해졌다.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면적이 10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 디스플레이보다 가격이 비싸 수익성도 높다.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는 장치인 만큼 안전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5~6년 전만 해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대만, 일본 업체가 주도했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가 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한국이 이끌고 중국이 추격하는 구도로 바뀌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0인치 이상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19.7%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BOE(16.3%), 일본 샤프(14.2%)가 각각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0인치 이상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 공간)’이 늘면서 더 크고 밝은 화면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다. 올해 1분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매출 기준)에서 10인치 이상 비중은 50.5%였다. 1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트렌드는 ‘거거익선(클수록 좋다)’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초대형 화면을 개발하면서 승부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OLED는 수명이 길고 고(高)휘도에 유리한 데다 기존 LCD(액정표시장치)보다 전력 소비가 적고 무게가 가볍기 때문이다.
옴디아는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이 올해 1억6640만달러(약 2189억원)에서 2026년 8억8939만달러(약 1조1704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도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91%로 1위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미국 벤츠 ‘S클래스’ ‘EQS’ 등 프리미엄 세단에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도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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