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2일 09: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왓챠가 자회사 블렌딩의 경영권을 매각키로 했다. 자금조달이 쉽지 않자 블렌딩 지분 51%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왓챠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유치와 함께 경영권 매각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음원 제작 및 유통업체 블렌딩의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수요조사(태핑)에 들어갔다. 2019년 인수한 뒤 3년 만에 되파는 것이다. 블렌딩의 기업가치는 40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1%의 가격은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렌딩은 음원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업체로 2017년 설립됐다. '이태원클라쓰' 등 인기 드라마의 OST를 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회사의 성장성은 글로벌 팬덤 플랫폼 'Mubeat'에 있다. 블렌딩은 이 플랫폼을 선보여 K팝 팬덤시장을 겨냥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출시 4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750만건을 기록했다. 최대 MAU(Monthly Active User)도 280만여명에 달한다. 현재 지상파 음악방송의 투표를 진행하고 40여개국에 다국어 자막 지원 음악영상 클립을 제공하고 있다. 추후 K팝 관련 굿즈 판매, 자체 콘텐츠 제작 등의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블렌딩의 연 매출은 2017년 20억원에서 지난해 116억원으로 매년 평균 55%가량 성장해왔다. 경쟁사로는 네이버-하이브의 '위버스 2.0',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SM-JYP엔터테인먼트의 '디어유(버블)' 등이 있다. 특히 디어유는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417억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음원 유통사, 중대형 연예기획사, 플랫폼 확장을 원하는 콘텐츠 회사 등 여러 곳이 블렌딩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제한적 경쟁입찰, 수의계약 등 모든 방식을 열어놓고 태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가 올 들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블렌딩을 파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시장에선 왓챠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박 대표(15.8%)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금 유치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경영권 매각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IB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왓챠가 매각자문사도 없이 조용히 원매자를 찾고 있었지만 최근 '빅4' 회계법인 중 한 곳과 계약을 논의중인 것으로 안다"며 "박 대표는 애초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최고경영자(CEO) 지위 유지를 고수했지만 최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왓챠는 2012년 시드투자 유치 이후 2020년까지 20여곳으로부터 약 5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10월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약 49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기업가치 338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왓챠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08억원을 기록해 86.3% 성장을 일궈냈지만 영업손실이 154억원에서 248억원으로 커졌다. 무엇보다 OTT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자금 유치가 쉽지 않아졌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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