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반의 성공이었다. 21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제주스카이힐CC(파71)에서 막을 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 코리아(총상금 150만달러·약 20억원) 대회 말이다. LIV골프를 만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이 대회는 “한국 골프 팬들의 관심을 여자대회에서 남자대회로 돌려놓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경기를 달굴 만한 ‘글로벌 스타 플레이어’는 한 명도 없었다. “매주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명칭만 ‘아시안투어’로 바꾼 것 같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남자골프에 단비 같은 대회가 신설됐다는 점과 “아시안투어를 매력 있는 무대로 키우겠다”(초 민 탄트 아시안투어 커미셔너·사진)는 주최 측의 의지를 감안할 때 ‘한국 남자골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대회’란 반론도 나온다.
한국 선수들은 ‘안방의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서요섭 함정우 김한별 등 50여 명의 코리안투어 선수가 출전했고, 7명이 톱10에 들었다.
인터내셔널시리즈는 아시안투어가 LIV골프로부터 3억달러 규모 투자금을 유치해 신설한 대회다. 10년간 매년 10개 대회를 태국, 싱가포르, 영국, 한국 등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대회마다 150만~200만달러의 총상금을 내걸었다. 탄트 커미셔너는 한국을 대회 장소로 꼽은 이유에 대해 “한국 골프 시장이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LIV골프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톱 랭커들을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이들 단체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기존 투어들은 LIV골프에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LIV골프의 해법은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하는 제3의 투어인 아시안투어와 손을 잡는 것이었다. 더스틴 존슨(38·미국),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 브룩스 켑카(32·미국) 등이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려면 세계랭킹이 일정 순위 이상이 돼야 하는데, 아시안투어를 그 창구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 개최 소식에 LIV골프 톱랭커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눈에 띈 LIV골프 선수는 브룩스 켑카의 동생 체이스 켑카(28·미국) 정도였다. 당초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패트릭 리드(32·미국)는 싱가포르 대회에는 출전했지만 제주에는 오지 않았다.

선진적인 운영 방식도 선수들로부터 점수를 땄다. 클럽하우스 한편에 플레이스테이션, 다트 등으로 게임 공간을 꾸며 선수들이 대기시간 동안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을 위한 무료 마사지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대회에 캐디로 참가한 한국 골프업계 관계자는 “기존 골프대회가 스폰서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이번 대회는 선수와 캐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참가 선수와 캐디들이 매우 만족해하며 아시안투어에 호감을 갖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인터내셔널시리즈는 내년에도 한국에서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탄트 커미셔너는 “대회 장소로 제주뿐 아니라 인천, 부산 등도 검토하고 있다”며 “더 많은 해외 선수가 참가할 수 있도록 대회 시기를 봄으로 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제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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