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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사업자에게 이러한 조건이 성립하게 하는 핵심적인 기제가 주택분양보증제도다. 주택분양보증은 1993년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주택사업공제조합이 설립되면서 도입됐다. 이후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1993년부터 2020년까지 약 570만 가구에 대해 1033조원 규모의 주택분양을 보증했다. HUG는 분양보증 이외에도 하자보수보증, 전세금반환보증, 임대보증금 보증, 임대아파트 보증 등 상대적으로 보증위험이 큰 부문에서도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량 기업이 부담하는 보증료율이 낮아질 경우 동일한 주택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보증료율이 낮아진 만큼 분양가격 인하효과도 있다. 이외에도 신용도가 낮아 부도위험이 높은 사업자에 대해 높은 보증료율을 적용하거나 보증 부보를 거절함으로써 사업 참여를 사전에 차단해 완공 및 분양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 경기 악화와 같은 시장 변화로부터 안정적인 주택공급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생긴다. 분양보증시장 개방의 핵심은 HUG가 아닌 기관에서도 분양보증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업자에게 분양보증은 곧 사업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라서다.
이렇게 되면 중소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소사업자에 대한 보증기피로 중소사업자의 시장참여가 저해되면 대형사업자 위주의 주택공급시장이 형성돼 진입장벽이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주택시장의 경쟁을 약화시킴으로써 다양한 주택의 공급 및 서비스 제공을 저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HUG가 수행하고 있는 분양보증 이외에 부분에서 공적기능 저하가 우려된다. HUG는 분양보증 외에도 하자보수보증, 전세금반환보증 등 보증위험이 큰 공적 보증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분양보증의 대위변제는 주택시장의 경기에 따라 매우 큰 폭으로 움직이는 한편, 하자보수보증, 전세금반환보증은 경기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 가운데 대위변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분양보증시장이 개방될 경우 분양보증과 공적 특성이 강한 보증 간의 교차보조를 더욱 어렵게 만듦으로써 공적보증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그 외에도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 미분양 리츠, 펀드에 대한 분양보증, 워크아웃 업체 보증허용 등의 정부정책 수행을 위한 비수익 사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정부정책 수행을 위한 비수익 사업이 일정기간 동안 이뤄지는 사업이기는 하나 그 규모가 크고 주택시장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HUG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민간의 분양보증시장 참여를 특별히 반대할 이유도 없다. 분양보증시장이 개방되면 사업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 보증기관이 파산할 경우 결국, 정부의 보조나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주택분양시장의 경기가 좋은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시기에는 민간보증회사가 HUG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 주택사업공제조합의 사례와 같이 사회적 기능보다 기업의 이해관계가 작용하면서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HUG는 지난 30년간 공공기관으로 분양보증시장에서 축적된 자료와 노하우를 갖고 있다. 민간시장의 개방과 무관하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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