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2일 15: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01.30986844.1.jpg)
고유가로 호황을 누린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분석이 나왔다.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줄줄이 예고된 탓이다. 하반기 들어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현실화되면 정유업체들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 ‘빅4’의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점검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유 4사의 합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78.9% 늘어난 총 100조3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볼 수 있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전년 동기 대비 4.1%포인트 증가한 14.3%에 달했다.
영업이익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 상반기 정유 4사 영업이익은 총 12조3203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8995억원) 대비 215.9% 증가했다. 이번 상반기 흑자만으로 역대 연간 최대 흑자 기록을 뛰어넘었다. 기존 정유 4사의 연간 최대 영업이익은 2016년의 7조8736억원이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이 3조9783억원, GS칼텍스가 3조2133억원, 에쓰오일이 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가 2조7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등한 게 탄탄한 실적을 쌓은 비결로 꼽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유가 등 비용을 제외한 수치를 뜻한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정제마진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정유 4사의 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게 한기평의 설명이다. 고공행진이 이어졌던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6일 기준 배럴당 86.5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월 25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 넘게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달러가량 급락했다.
정제마진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월 넷째주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6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횡재세 도입도 변수로 꼽힌다. 정유사의 초과 이윤을 회수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정유업계는 횡재세 도입으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기평은 △유가 추이 △정제마진 수준 △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 실적 등을 관찰해 신용도에 반영할 방침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유가와 정제마진은 하락 조정되고 있다”며 “비정유부문 주요 제품 마진도 약세가 전망되고 있어 정유업계 하반기 수익성은 상반기 대비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