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나흘 연속 하락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 쇼크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부터 이어져 온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가 이어질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2일 코스피지수는 1.21% 내린 2462.50에 마감했다. 지난 16일 2533.52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4거래일 만에 70포인트가량 빠졌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2.25% 급락한 795.8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8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1.48% 내린 6만원에 거래를 마치며 가까스로 ‘6만전자’를 사수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1.01%), SK하이닉스(-1.24%), 삼성바이오로직스(-1.96%), 삼성SDI(-2.91%), 네이버(-1.01%)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주인 에쓰오일(3.72%), 방어주인 SK텔레콤(0.78%)과 KT&G(0.86%) 정도만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쇼크로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오는 25~27일 열리는 미국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Fed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Fed의 긴축 강화 전망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0.09%포인트 오른 2.976%까지 올랐다. 이에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날 나스닥지수는 2.01% 하락했다.
다만 원화 약세에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순매수액은 2조5626억원에 달한다. 통상 달러 가치가 올라갈 때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던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400~2500 수준이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1700선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점도 매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잭슨홀 회의와 26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잭슨홀 회의 이후에도 당분간 '박스권 속 종목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달 동안 증시가 쉼 없이 올랐기 때문에 차익실현 매물도 나올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선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수하는 방산, 음식료, 2차전지, 조선 업종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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