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집회 못 걸러내…광화문광장 자문단 유명무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불법 집회를 막기 위해 출범한 ‘광화문광장 자문단’이 꼼수 집회의 등장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장 인근 빌딩 앞에서 집회한다고 신고한 뒤 광장으로 진입하는 꼼수 집회는 자문단의 검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2일 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 자문단은 광장 사용 신청을 한 행사만 검토한다”며 “인근 지역에 집회 신고를 하고 광장으로 진입하는 경우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구역을 벗어나 광장으로 행진하는 집회에 어떻게 대응할지 경찰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는 소음·교통·법률·행사·경찰 등 5개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자문단을 꾸려 광장 사용 허가를 내주고 있다. 시 조례에 따르면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허가를 통해 광장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이 가능한 구역은 광장 북측 육조마당(2492㎡)과 세종대왕상 앞 놀이마당(2783㎡) 두 곳이다. 집회·시위는 원칙적으로 광장 모든 곳에서 불가능하다.

자문단에 접수하는 광장 사용 신청이 애초부터 합법적인 집회의 모양새를 띨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얘기다. 불법 집회를 걸러내겠다는 원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자문단에 접수된 광장 사용 신청 7건은 집회 성격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자문단에 포착되지 않는 인근 건물 등에 집회 신고를 한 뒤 기습 집결하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감독을 피해가고 있다.

시는 내년 1월 조례 개정을 통해 자문단을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분과위원회로 정식 기구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