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하우스' 바람에 잘나가더니…속초·제주 집값 제동

입력 2022-08-22 17:37   수정 2022-08-30 16:12

외지인의 세컨드하우스 매입 열풍에 상승을 거듭하던 강원 속초시와 제주 집값에 제동이 걸렸다. 올초만 해도 0.3~0.4%대 오름세(주간 기준)를 보이던 속초시 아파트값은 1년10개월 만에 상승을 멈추고 보합(0%)으로 돌아섰고, 제주시 집값은 올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지인의 ‘원정 투자’ 수요가 점차 약해지는 분위기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5일 기준) 속초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3% 상승에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속초시 아파트값은 2020년 10월 첫째 주 이후 1년10개월 넘게 상승을 거듭해 왔다. 올 들어 누적 상승률은 4.43%로, 전국 시·군·구 중 경기 이천시(7.53%),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6.03%), 전북 군산시(4.92%)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이 올랐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비(非)규제 지역에 속해 대출 등 규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서울과 속초시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 개통(2027년 예정) 등 교통 호재도 많아 외지인 매수세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우려로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집값 하락세가 전방위로 확산하자 속초 부동산시장에도 냉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 6월 입주한 속초시 조양동 속초2차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19일 3억307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 기록한 최고가(5억1067만원)와 비교하면 석 달 새 1억800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교동 속초교동시티프라디움 전용 84㎡도 지난 16일 3억6400만원에 팔리며 종전 최고가(5억2000만원, 2022년 3월) 대비 1억5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50%를 웃돌았던 속초시의 외지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지난 6월 37% 수준까지 낮아졌다.

외지인 투자 열풍이 주춤하면서 분양시장 열기도 식고 있다. 이달 초 청약을 받은 받은 장사동 속초헤리엇THE228은 214가구 모집에 180명만 신청해 미달됐다. 작년 11월 당첨자를 발표한 동명동 속초동명휴티스오션시티가 평균 3.3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된 것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 강원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모집 가구수를 다 채우지 못한 것은 속초헤리엇THE228이 처음이다.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5월 매주 0.2~0.3%씩 올랐던 강릉시 집값도 지난달부터 상승세가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제주시 아파트값은 이달 셋째 주 0.05% 내리며 2020년 10월 둘째 주 이후 1년10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제주시 삼양이동 제주삼화사랑으로부영3차 전용 66㎡는 지난 8일 종전 최고가(5억3500만원)보다 8000만원 넘게 하락한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금리 등 거시경제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당분간 외지인 매수세가 줄고 거래도 위축되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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