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장지수펀드(ETF)는 유통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투자자별 선호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을 활용하면 즉석에서 고객의 수요에 딱 맞는 ETF를 만들 수 있다.”
23일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투자자별 투자성향, 생애주기, 가치관 등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기초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ETF와 비슷하지만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고 투자자별 맞춤화된 지수를 따른다는 차이점이 있다. ETF가 ‘기성복’이라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맞춤복’인 셈이다. 또 ETF가 상품 설계부터 상장까지 6개월가량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다이렉트 인덱싱은 종목 선정 조건만 설정하면 몇 초 안에 포트폴리오를 받아볼 수 있다.
국내에선 두물머리가 다이렉트 인덱싱 사업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날 두물머리는 다이렉트 인덱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주식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테일러’를 오픈했다. 국내에서 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를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지수를 만들어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천 대표는 “예를 들어 ‘테슬라 없는 S&P500지수’나 ‘카카오뱅크 없는 은행지수’를 만들 수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률, 배당수익률 등 전통적인 팩터도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투자 대가인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피터 린치의 투자 스타일을 접목한 포트폴리오도 만들 수 있다. 피터 린치의 투자 스타일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형주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결과 네오위즈, 이녹스첨단소재, 선광, DN오토모티브, 파크시스템스 등이 꼽혔다. 증권사(한국투자증권) 계좌와 연동하면 실시간 매매와 주기적 리밸런싱(비중 재조정)도 가능하다.
백테스트(시뮬레이션)를 통해 해당 지수의 과거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피터 린치 포트폴리오는 2011년 1월부터 작년 말까지 231.61%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지수 등락률(45.36%)을 크게 웃돌았다.
천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직접투자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다이렉트 인덱싱은 금융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기준에 부합하는 최적의 종목을 선정해 투자자들의 직접투자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비교해도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다. 천 대표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대부분 ETF를 활용해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식이었다”며 “다이렉트인덱싱은 ETF가 아닌 종목 단위로 투자하기 때문에 한층 더 적극적이고 맞춤화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미 다이렉트인덱싱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계 1·2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는 각각 다이렉트인덱싱 솔루션 업체 아페리오, 저스트인베스트를 최근 인수한 바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다이렉트 인덱싱의 운용 규모는 2025년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천 대표는 아시아 다이렉트인덱싱 시장이 5년 내 최대 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공모펀드나 ETF 시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두물머리가 가장 먼저 진입했기 때문에 선점 효과를 살린다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테일러 서비스가 안착한 이후에는 증권사·운용사 등과 협업해 B2B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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