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그토록 원했던 SM엔터 경영권을 쥐었다면 공연장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카카오 소속 아이유가 소녀시대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팬들은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이 그려진 응원봉을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SM엔터 경영권 매각 협의가 이뤄진 지 1년8개월이 지났어도 카카오엔터의 희망대로 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엔터 측이 지난달 중순께 SM엔터에 마지막 인수 제안서(텀싯)를 보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로 마음은 식었지만 결별 통보를 미루면서 마지막까지 자존심 싸움을 하는 연인 같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카카오엔터 경영진은 자신감이 있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로부터 회사 기업가치를 18조원으로 인정받고 최대 1조원가량을 조달해 SM엔터 인수금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사인 직전까지 갔던 투자 유치는 무산됐다. PEF 본사에서 카카오엔터 기업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말이 시장에 파다했다.
SM엔터 매각은 1년8개월 만에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조짐이다. SM엔터는 이달 들어 메타버스 자회사인 ‘스튜디오 광야’를 세우고 지난 4월엔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인 SM컬처파트너스를 설립하는 등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양측이 쉽사리 공식 결별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SM엔터가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를 내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SM엔터도 이 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의 과다한 수수료 지급 의혹 이슈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도 SM엔터 인수 가능성이 배제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무산에 이어 이번 거래마저 무산되면 투자를 총괄해온 임원들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쉽사리 SM엔터와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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