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금리 상승기 '불법 사금융' 뿌리 뽑아야"

입력 2022-08-23 17:45   수정 2022-08-24 01:05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불법 사금융 피해를 사전 예방하고 제도 개선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인하한 이후 취약 계층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또 최근 생활고로 숨진 경기 수원의 세 모녀 사례를 언급하며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분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사회적 약자를 집중 지원하는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상승세…사금융 피해 우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불법 사금융 피해를 사전 방지하라고 강조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금리 상승세에 편승해 불법 사금융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며 “총리실을 중심으로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협력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 지원, 그리고 제도 개선 마련에 신속히 착수해 불법 사금융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한 풍선 효과로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를 위해 2017년 말 연 27.9%였던 법정 최고 금리를 지난해 7월까지 20%로 단계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올 들어 시중금리가 급등하자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진단이다.

실제 저축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저축은행·카드사·대부업체 등 2금융권 회사들의 조달 금리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묶여있다 보니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들의 대출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취약계층 차주들이 급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 복지’보다 ‘약자 복지’에 중점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최근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원의 세 모녀 사례를 언급하며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저는 그동안 정치 복지보다는 약자 복지를 추구했다”며 “중앙정부는 이 분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수원의 세 모녀는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다 숨진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약자인 척하는 강자를 돌보는 복지가 아니라 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를 돌보는 게 약자 복지”라며 “집단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드러나지 않은 진정한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좌동욱/이호기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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