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입니다" 전화에 깜빡 속은 의사…41억 털렸다

입력 2022-08-23 19:01   수정 2022-08-23 20:01


한 의사가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게 속아 예금·보험·주식·가상자산 등 41억원 규모의 피해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단일 사건 기준 공식적인 역대 최대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40대 의사 A씨는 스스로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소개하는 일당의 연락을 받았다.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B씨는 보이스피싱 범인이 A씨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용으로 썼다고 주장하며 협조를 하지 않으면 구속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위조한 구속영장과 공문을 보냈다. 실제로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약식조사 및 구속영장을 보내는 경우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기에서 나아가 보안프로그램이라며 사이트의 링크를 보냈다. 해당 링크는 '악성 앱'과 연결된 링크였으며 그대로 해당 앱이 설치돼 A씨의 모든 개인 정보가 B씨에게 전해졌다.

이후 B씨는 검찰수사관이 앞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알렸다. '자칭 수사관'은 A씨에게 "대출을 실행해 실제 출금해야 명의가 범행에 연루됐는지 알 수 있다"라며 "대출을 받아 지시하는 돈을 전달하라"고 했다. 전달한 자금은 모두 확인하며 범죄 연관성이 없으면 돌려주겠다고도 말했다.

결국 A씨는 이들의 말에 속아 대출을 실행했다. 기존 예적금, 보험 등을 모두 해약해 현금으로 마련한 뒤 여러 은행 지점을 돌며 현금까지 인출했다. 현금을 모두 인출한 후 수사관이 지정한 장소에 갔더니, 이번엔 자칭 '금감원 직원'이 나와 있어서 그에게 찾아 온 현금을 모두 전달했다. 또, 계좌로도 돈을 입금했다.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안 A씨는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죄조직은 이미 A씨의 전 재산을 털어간 뒤였다. 심지어 범죄조직은 아파트 담보대출과 개인차용 등으로 A씨에게 채무까지 떠넘겼다.

최근 이처럼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급증했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에서 기관 사칭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작년 같은 기간(21%) 대비 크게 상승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공문서를 절대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며 "특히 자산 검사 등을 이유로 현금·가상자산·문화상품권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므로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속이기 때문에 직업, 학력과는 무관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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