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LNG 비축 경쟁이 벌어진 데다 이상기온 등 악재도 겹쳤다.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프랑스는 물 부족으로 기존 계획보다 원전 가동을 축소하고 있고, 라인강 수위가 낮아진 독일은 석탄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동절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11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20년 5월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1~2달러에 불과했다. 평년 동절기 LNG 가격이 MMBtu당 14달러 선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지금 가격은 비정상적이다.
문제는 국내 LNG 비축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동절기 한파가 닥치면 현재 12만~13만t인 LNG 하루 최대 수요는 25만t을 넘어설 전망이다. LNG 비축량(180만t 추정)은 동절기 열흘치 수요량에도 못 미친다. 비싼 값을 주고도 LNG를 사야 하지만 가스공사의 차입금이 불어나 운영 자금이 말라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반면 절체절명의 LNG 수급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할 가스공사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너무 빠른 원전 확대에 반대한다”며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반발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3일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시절 월성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해야 했다. 가스공사는 또 민간 업체보다 비싼 값에 LNG를 사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달 들어 민간 발전사에 대한 LNG 도입 정보 공개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민간 발전사들이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반발하면서 가스공사와 민간 발전사가 대립하는 형국이다.
가스공사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올겨울 LNG 대란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수준을 떠나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사안이다. 정부나 민간 발전사들과 싸울 게 아니라 에너지 위기 사태와 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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