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법 총력대응"…현대차 세 가지 묘책

입력 2022-08-24 17:17   수정 2022-09-01 19:04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장 이달부터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지 못함에 따라 현지 딜러 대상 판매 인센티브 증액을 추진한다. 연말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GV70 전기차 조립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 출장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세부계획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 높이고, 생산 앞당기고”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미국법인은 대당 500달러 수준인 딜러 인센티브를 1000달러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 보조금 정책 시행으로 아이오닉 5 권장소비자가격(MSRP)이 테슬라 모델3보다 비싸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아이오닉 5 가격은 3만9950달러였지만,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4만7450달러로 인상됐다. 모델3는 4만6990달러로, 아이오닉 5보다 460달러 싸졌다.

딜러 인센티브를 높여 소매 가격을 낮추겠다는 게 현지법인의 전략이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만큼 판촉비를 더 쓰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초과 수요와 적은 재고에 힘입어 인센티브를 낮춰왔다”며 “대당 영업이익이 500만원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인센티브를 1000달러 이상으로 높여도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 공장의 전기차 라인 증설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2월부터 현지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던 조지아 공장의 EV9 생산 일정도 단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공장에서 아이오닉 5와 EV6를 조기 생산하는 방법도 거론되는데, 이는 국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내 생산 물량을 이관할 경우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 물량을 줄이지만 않는다면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11월 중간선거가 변수 될 듯”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던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은 착공을 올해 하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 회장은 최근 방한한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을 만나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앞당기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착공 시점은 오는 10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에 2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완공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빠른 2024년 하반기가 된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정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이후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법안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민 대우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을 내세워 미국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여러 루트를 통해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정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미국 정·관계 인사를 만나 IRA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사장이 출장길에 함께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출장에 대해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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