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칼럼] 공공 예산 중독에 빠진 위기의 NGO

입력 2022-08-25 17:25   수정 2022-08-26 09:26

감사원이 사회단체와 시민단체 1716곳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벌이겠다는 최근 발표는 사실 놀랄 일이다.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를 본다는 것이지만, 공공기관을 상대하는 감사원이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를 털겠다는 게 상식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민간단체 장부까지 들여다보고 법적 조치를 할 정도로 대단한 감사원 권한이 새삼 무섭다. 이 막강한 힘으로 대한민국 공공부문을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었나 싶다.

더 큰 놀라움은 한국 NGO들이 어떻기에 이런 수모를 당하느냐다. NGO의 위기다. 아직도 의문투성이인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의혹을 비롯해 “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개 한탄을 돌아보면 싸잡아 맞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정 정치 성향의 단체들 행태가 최근에 주로 부각됐지만, NGO의 대혁신 차원에선 좌우보혁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잉·난립의 NGO들 위기와 관련해 지방 중견도시의 새 사업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인구 20만 명, 재정자립도 18%의 충주시가 220억원 예산으로 추진하는 ‘근로자 복합문화센터’ 신축 건이다. 19년 된 근로자 복지관을 2배 이상 크기로 새로 지어준다는 것이다. 이 건물에는 특정 노동단체 충주지부와 노동상담소, 개별 노조 사무실 두 곳, 사회단체연합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제기할 문제점은 노조와 노총지부 사무실을 재정도 빠듯한 지자체가 새로 지어줄 필요가 있으며, 타당성은 있느냐는 것이다. 주민 이용 시설도 있다지만 구색 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놀랍게도 시·군 단위 종합복지관에 사무실을 둔 한국노총 지부가 15곳에 달한다. 한·미동맹 파기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지부도 2곳 있다. 노조나 NGO는 속성상 정부와 지자체에 기대는 게 정당화되기 어려운 단체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사무실을 당당히 쓰는 노조나 염치없이 정부 의존증을 키우는 온갖 NGO나 다 문제다. 결국 감사원이 칼을 뺀 배경이지만, 정부와 NGO의 기형적 공생·결탁이 선을 넘은 것이다. 서울시 예산을 받아간 NGO가 지난해 3339곳, 금액은 최근 10년간 1조원에 달했다. 오죽하면 국회 쪽에서 NGO를 향해 ‘정치 예비군’이라는 맹비난과 함께 ‘이권 카르텔’이라는 험구를 늘어놓겠나.

NGO가 관변 단체처럼 된 데는 정부와 지자체 잘못도 크다. 무엇보다 쓴소리가 본업인 NGO를 돈줄로 포섭해 ‘어버이 정부’처럼 떡을 나눠줘 온 것이다. 노조와 정치성 짙은 단체의 압력이나 떼쓰기에 굴복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일부 단체장은 특정 NGO그룹과 연대해 예산을 전리품처럼 다뤘다. 서울시 같은 예산 유린은 시장이 바뀌면서 물 위로 올랐을 뿐이다. 관(官)이 포섭에 나섰든, 굴복을 했든, 서로 결탁을 했든, 서글픈 현실이다.

물론 많은 비정치 계열의 NGO들은 항변할 것이다. 회원은 적고 후원 기업도 많지 않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NGO의 길이 그렇지 않나. 선의의 자발적 후원자를 찾고, 최소한의 자립 기반을 모색하면서, 빠듯한 살림에 자족해야 하는 어려운 길이다. 운영이 힘들다고 공공 예산의 단맛에 빠져드는 행태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싸잡아 비판받지 않으려면 NGO 지대 내부의 반성이 필요하다.

감사원이 나서기 한참 전인 지난해 ‘공익법인 설립 운영법’이 전면 개정됐을 때도 이런 우려는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친여 성향의 단체까지 겨냥해야 할 정도로 일부 NGO의 일탈은 심각했다. 시민단체 간판은 걸었지만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은 곳이 그만큼 많았다.

NGO의 종류가 워낙 많고 성격도 다양해 일괄로 다그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부침을 함께하는 NGO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감사원 특감이 아니더라도 모든 NGO가 함께 반성하고 진로도 고민하면서 서로 감시·견제도 해야 할 판이다. 거대 노총 역시 자본에서뿐 아니라 지자체의 기생에서 벗어나야 한다.

NGO가 나랏돈 받는 걸 수치로 여겨야 무관의 감사자로 존중받고 명예도 얻는다. 행정 선진화, 경제 성장, 다원 사회로의 이행에 NGO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 그 전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 있다. 정부도 더 이상 NGO를 유혹·포섭·통제해선 안 된다. 충주시의 최종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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